전문가 칼럼
‘도움’ 말고 ‘권한’을… 스타트업 생태계의 진짜 주인공은 창업자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 중앙 정부 권한 이양 넘어 창업자에게 진정한 자율과 책임 부여해야
[최화준 아주대 경영대학원 벤처/창업 겸임 교원] 2025년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변화의 시간이었다. 2024년까지 지속해서 늘어나던 정부 창업 지원 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총예산은 감소했지만, 지자체에 할당된 금액은 증가했다. 이에 더해 올해 시행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은 대학 창업 교육의 중심을 중앙 정부에서 지방 정부로 위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벤처투자촉진법도 금융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벤처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2025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화를 요약하자면 중앙 정부의 ‘권한 위임’이다. 공공 영역은 2025년을 기점으로 자원 공급원의 역할을 민간 영역으로 이양하고 있다. 과거 중앙 정부가 모든 창업 정책을 진두지휘했다면, 이제는 지방 정부가 지역 창업 생태계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2025년 스타트업 생태계의 키워드: 중앙 정부의 ‘권한 위임’
창업자에게 신속히 ‘권한 위임’ 하는 것은 어떨까. 공공 영역, 특히 중앙 정부에 집중되었던 창업 자원과 정책 결정권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변방으로 분산되기 시작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나친 중앙화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약점이었다. 과거 중앙화 전략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오늘날 중앙 정부의 하향식 정책 운영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 생태계는 관료화되었고, 그 결과 혁신 속도는 느려지고 다양성은 부족해졌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민간 영역으로 빠르게 권한을 넘기는 것이다. 특히 창업자들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주는 방향으로 권한이 위임되어야 한다. 이는 수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안하는 의견이다.
문제는 국내 스타트업 정책 입안자와 운영자가 창업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창업 지원 정책은 창업자들에게 지원(support)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상은 도움(help)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도움과 지원은 무엇이 다른가. 두 개념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영단어를 차용해 보겠다. 우리가 물에 빠졌을 때 외치는 말을 떠올려보자. 정답은 ‘도와주세요(help me)’이다. ‘지원해주세요(support me)’는 분명 어색하다.
이제 도움과 지원의 차이는 명확해 보인다. 지원은 수혜자가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곤경을 헤쳐 나갈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반면 도움은 수혜자가 곤경을 벗어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함을 전제로 한다.
대다수 창업 지원 정책은 도움에 집중되어 있다. 창업자를 능력이 부족한 수혜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이미 여러 번 창업을 경험한 창업자라도 정해진 기간 동안 부여받은 성과 지표를 달성해야 한다. 대부분 성과 지표는 창업자가 아닌 관리자의 편의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성과 지표 중심의 창업 정책은 창업자를 관리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다.
‘지원(Support)’이 아닌 ‘도움(Help)’에 머문 창업 정책
성과 지표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를 해결하고자 공론의 장이 주기적으로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나름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정부와 같은 공공 영역은 효율성만큼이나 운영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성적 평가 기준이 창업 정책에 지나치게 더해진다면 특혜 의혹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창업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창업자들은 스스로 스타트업 생태계 환경을 바꾸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일례로 서울대학교에서는 대학생들이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학생 주도 창업 기획자를 만들어 자체 운영하고 있다. 이미 교내에서는 창업지원단이나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관련 기관이 있지만, 학생들은 그들과는 다른 독립적인 역할을 자처하며 활동한다. 또한 여러 대학교에서 선배 창업자와 학생들이 주도하는 창업 동아리와 벤처 투자 동아리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정부와 학교의 지원을 받지 않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한 행위자들과 협력하면서 자생하고 있다.
공공 영역이 주도하는 창업 정책과 운영 자원이 점차 민간 영역으로 이양되는 흐름 속에서 민간 영역의 주인공은 창업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무조건적으로 창업자를 수혜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걷어내야 한다. 창업자들이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문제아는 아니다. 창업자들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이다. 이들이 해결하려는 문제들은 미지의 영역에 있기에 대다수는 실패한다. 이를 무능력의 결과가 아닌 하나의 도전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연말이다. 창업자들이 성과를 발표하는 데모데이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중앙 정부의 재정 지원이 처음으로 감소한 올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과와 실적은 아쉽게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도 있다.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공공 영역에서 제시한 성과 지표 중심의 외형 성장 방식을 벗어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생력을 키우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창업자들은 자평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생태계의 주인공인 창업자들은 아직 충분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 우리는 그들이 창업 정책의 일방적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활동가임을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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