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우승민 기자] 정부가 연내 발표를 예고했던 홈쇼핑 산업 규제 개선 방안이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당초 이달 중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정책 주무 부처 변경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구성 지연이 겹치며 논의 자체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연내는 물론 내년 초 발표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방미통위는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당초 목표였던 12월 발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연내 발표는 어렵다"며 "구체적인 일정 역시 확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방안은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출범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되던 사안이다.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 신설을 비롯해 T커머스 규제 완화, 홈쇼핑 재승인 조건 완화, 송출수수료 상생 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길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외부 연구 용역도 진행됐다. 특히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면서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발표가 지연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정책 주무 부처 이관과 방미통위 정상 가동 지연이 꼽힌다. 홈쇼핑과 유료방송 정책은 지난 10월 1일 과기정통부에서 방미통위로 넘어왔다. 방미통위는 장관 중심 부처와 달리 위원회 합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로, 위원장 공석이 장기간 이어지며 정책 추진에 제약이 있었다. 김종철 위원장이 최근 청문회를 거쳐 지난 19일 취임했지만, 정책 방향을 빠르게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방송 전반에 대한 규제 형평성 문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시절에는 홈쇼핑과 유료방송 중심으로 정책을 검토했지만, 방미통위 체제에서는 지상파와 보도채널 등 전체 방송 규제와의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규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특정 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완화는 부담이 크다"며 "기존 논의 내용도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 논의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공영홈쇼핑 사장이 신규 T커머스 채널 선정 과정에서의 배려를 요청하며 다시 관심이 불거졌지만, 방미통위는 "공식 공고나 제도 설계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공영홈쇼핑과 홈앤쇼핑 등 일부 사업자는 T커머스 신설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시장 전체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들 사업자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추가 매출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브 홈쇼핑 운영 경험이 있어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도 데이터홈쇼핑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홈쇼핑은 녹화 방송 위주라 제작 부담이 적고, 채널 번호도 뒤쪽에 배치돼 송출 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모바일이나 브랜드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영홈쇼핑이 선제적으로 이슈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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