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
트럼프 관세에 美경제 망한다?…왜 경제 예측은 또 빗나갔나 [특파원 리포트]
- 망한다던 예측도, 산다던 약속도 빗나가
틀린 건 관세가 아니라 전망의 확신
[이데일리 김상윤 뉴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전면적인 관세 인상을 밀어붙이자, 시장은 즉각 두 갈래로 갈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증시가 동시에 폭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고, 월가와 학계에서는 경기침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보호무역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와 투자를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둘 중 하나는 맞아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그렇듯, 둘 다 틀렸다. 관세 시행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 경제는 그 어떤 예측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2025년 12월 23일(현지 시간) 발표된 올해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연율 4.3% 증가해 2년 만의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침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관세가 약속한 ‘미국 제조업의 부활’도 보이지 않는다.
관세 발표 직후 비관론이 우세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고율 관세는 물가를 올리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결국 성장을 갉아먹는다는 교과서적 논리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고율 관세가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미국 경제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봤다. 대형 금융기관과 기업인들은 잇따라 경기 둔화를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의 논리는 더 단순했다. 관세로 돈을 벌고, 공장을 되돌리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정치적으로는 강력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미국 경제는 ‘폭망’도 ‘대반전’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서 있다. 고용부터 그렇다. 관세가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실현되지 않았다. 제조업 고용은 오히려 줄었다. 그렇다고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다. 기업들은 해고 대신 채용을 멈췄고, 투자 대신 관망을 택했다. 고용시장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점점 숨이 가빠지는 모습이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관세 비용을 외국이 부담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가격은 올랐다. 유통업체들은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 그렇다고 물가가 폭등하지도 않았다. 관세가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흐름을 보인 덕분이다.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지만, 공포를 자극할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관세 수입은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연방 재정으로 유입되는 관세 규모는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과장에 가까웠다. 관세는 재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미국 재정 구조의 근간을 바꿀 수준은 아니다.
관세, 미국 재정 구조의 근간 바꾸지 못해
성장률에서는 더 분명한 역설이 나타났다. 올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탄탄했다. 3분기 GDP가 4%를 넘긴 배경 역시 관세가 아니라 소비였다. 의료·서비스 지출이 호조를 보였고,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소프트웨어 지출 확대도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관세가 경제를 살렸다기보다, 다른 동력이 관세의 부정적 효과를 덮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제조업과 무역수지도 트럼프의 구상과는 달랐다. 제조업 지표는 장기간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3분기 순수출 개선은 GDP를 끌어올렸지만, 이는 수입 급감과 일시적 교역 왜곡의 결과에 가까웠다. 무역수지의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세만으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 구조를 되돌리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왜 예측은 또다시 빗나갔을까. 핵심은 관세의 효과가 과거처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경제 전망은 관세 인상이 곧바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직선적 경로를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경제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대응이 그 경로를 끊임없이 수정했다.
기업들은 가격을 즉각 올리는 대신 재고를 소진하고, 공급선을 재편하며, 관세가 낮은 국가로 수입선을 돌렸다. 명목 관세율은 크게 뛰었지만, 실제 부담은 분산됐다. 충격은 한 번에 터지지 않고 시간차를 두고 퍼졌다. 단기 쇼크를 전제로 한 비관적 전망이 빗나간 이유다.
여기에 정책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위협했다가 협상 국면에서 이를 낮추는 방식을 반복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수준의 관세가 ‘최종안’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투자와 고용, 가격 결정은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관세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도 전에 정책이 바뀌면서, 경제 지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하나 간과된 요인은 경제 예측이 정치적 프레임에 과도하게 종속됐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경제 정책이기 이전에 정치적 메시지였다. 비관론자들은 ‘트럼프식 정책은 실패한다’는 전제를, 낙관론자들은 ‘강한 리더십이 변화를 만든다’는 기대를 각각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라는 정책 수단 자체보다, 그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이미지가 전망을 왜곡했다.
경제 데이터의 시차 역시 예측 실패를 키웠다. 관세는 발표 즉시 심리에 영향을 주지만, 실물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공급망 재편과 투자 결정은 수년 단위로 이뤄진다. 그 사이 시장은 단기 지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반대로 중요한 신호를 놓치기 쉽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는 현대 미국 경제가 단일 정책 변수로 설명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관세 ▲금리 ▲재정정책 ▲기술 투자 ▲금융시장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하나의 정책 효과를 분리해 예측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AI처럼 생산성과 투자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기존 거시 경제 공식은 설명력을 빠르게 잃고 있다.
이번 트럼프 관세 논쟁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관세는 미국 경제를 망치지도, 구하지도 못했다. 다만 경제 예측이 얼마나 정치적 구호와 현실 사이에서 쉽게 빗나갈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정책은 단순한 메시지로 포장되지만, 경제는 훨씬 복잡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 복잡성을 과소평가할수록, 예측은 언제나 자신 있게 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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