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셔리 브랜드 차이 만드는 ‘스타일’
프라다, ‘성공·지성’ 갖춘 여성 상징
영화는 실제로 미국 ‘보그’ 편집장의 비서로 일했던 로렌 와이스버거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원작으로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개봉되던 때 필자는 편집장이었다. 당시 영화의 인기 덕분에 “편집장은 프라다만 입나요?” 같은 질문을 자주 받았다.
물론 아니다. 프라다도 입지만 ▲샤넬 ▲디올 ▲생 로랑 ▲셀린느 ▲루이 비통 ▲구찌 ▲국내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선택한다.
절제·지성적 스타일 아이콘 ‘프라다’
그런데 왜 저자는 프라다를 콕 집어서 말했을까. 그녀가 비서로 일했던 미국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가 즐겨 입는 옷이 프라다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널리 알려졌지만, 필자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프라다가 갖는 의미는 좀 더 다층적이다.
프라다는 1913년 마리오 프라다와 마르티노 프라다 형제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가죽제품 판매점으로 시작했다. 마리오의 딸인 루이자 프라다가 사업을 이어받았고, 프라다를 글로벌 브랜드로 만든 것은 루이자의 딸인 미우치아 프라다였다.
프라다를 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제품은 1985년에 출시된 고밀도 산업용 나일론인 포코노 나일론으로 만든 핸드백이다.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일론을 사용한 건 럭셔리는 무조건 가죽이라는 상식을 깨는 시도였다.
검은색 삼각형 프라다 로고가 선명하게 놓인 핸드백과 액세서리는 불티나게 팔렸다. 프라다는 프라다 스타일의 대명사가 된 우아하고 세련된 스커트 중심의 여성복 컬렉션이 출시되면서 명성을 재확인한다.
프라다가 절제되고 지성적인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데는 본업인 남녀 컬렉션과 가죽 제품의 생산 외에 독창적인 문화예술 활동과 지원도 한몫한다.
프라다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 건 ▲1993년 폐증류소를 개조해 밀라노에 문을 연 현대문화예술 전시기관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 ▲전 세계 도시를 순회하며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프라다 모드’(Prada Mode) ▲2009년 서울의 경희궁에서 선보인 ‘프라다 트랜스포머 이벤트’ ▲가장 최근에 시작된 연례 심포지엄 ‘프라다 프레임’(Prada Frames) 등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뜻하는 스타일에는 태도도 포함된다. 폰다지오네 프라다는 설립 초기부터 상업성과 거리를 두고 ‘젠더와 권력 등 동시대를 향한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축 파빌리온으로 콘텐츠에 따라 ▲전시 공간 ▲영화관 ▲퍼포먼스 공간 등으로 모습을 바꾸는 트랜스포머 역시 프라다의 경계 없는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도구의 하나였다. 과거에 포코노 나일론이라는 혁신적인 소재를 럭셔리 제품에 사용한 태도의 연장인 셈이다. 이러한 활동은 의도치 않게 지성적이며 혁신적인 스타일을 지닌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역할을 한다.
샤넬·디올·에르메스, 확실한 DNA 보유
만일 ‘악마는 샤넬이나 디올 혹은 에르메스를 입는다’라고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역시 인기를 끌었겠지만, 관객에게는 다른 이미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스타일이다.
코코 샤넬 여사의 행적을 돌아보면 상복으로 사용되던 블랙으로 드레스를 만드는 등 도전적인 면이 많아서인지 컬렉션에도 전통적인 면과 생동감이 동시에 표현된다. 디올의 의상과 제품은 여성적이고 섬세하다. 무슈 디올이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여성에게 ‘낭만’을 선사하기 위해 뉴 룩(New Look)을 만들었다는 유산 때문일 수 있다. 샤넬과 디올은 코코 샤넬과 무슈 디올 이후 많은 디자이너가 그 정신을 이어갔으나 두 사람이 이룬 정체성(DNA)을 전복시키지 않았다.
은근한 자부심을 대표하며 ‘최상의 소재로 세월을 거스르는 디자인’을 제안하는 에르메스의 스타일은 최근 들어 로로 피아나와 브루넬로 쿠치넬리에 의해 더 확장됐지만, 에르메스의 캐릭터는 여전히 넘볼 수 없다.
확실한 스타일은 종종 후임 디자이너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 브랜드의 DNA를 바꾸는 모험은 디자이너나 브랜드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고유의 스타일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가는 일은 더 힘들다.
영리한 디자이너는 유산이라는 바탕에 그 시대를 반영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첨가하는 식으로 스타일을 이어간다. 최근에 디올에 합류한 조나단 앤더슨과 샤넬을 맡은 마티유 블라지도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에 개성을 덧입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다시 ‘악마는 왜 프라다를 입었을까’로 돌아가 본다. 자신감과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으로서, 무엇보다 프라다 같은 럭셔리 브랜드를 입을 정도의 부와 명성을 거머쥔 위치에 다다른 여성을 위한 장치로 프라다는 작동한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계급에 따라 다른 문화 자본을 소유하며, 문화 자본에는 럭셔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과 예술을 누리는 것 등이 있다”고 말했다. 프라다는 성공과 지성의 아이콘으로도 쓰인 셈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을 방문한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를 만난 적이 있다. 실크 헤드밴드에 공들인 자수가 놓인 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차림새는 이탈리아의 귀부인 같았지만,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과감했다. 패션과 문화, 그리고 시대적인 이슈까지 넘나드는 대화가 아직 생생하다.
디자이너 입 생 로랑은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럭셔리 브랜드가 명성을 유지하는 데는 스타일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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