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불멸의 스위트 와인 황제라 불리는 ‘샤토 디켐’ [와인인문학]
- 화이트 와인의 정점…부와 안목의 척도
한 잔에 담긴 위대한 역사…경외감 느껴
[김욱성 와인칼럼니스트] 와인 세계에는 수많은 ‘왕’이 존재한다. 보르도의 5대 샤토부터 부르고뉴의 로마네 꽁띠, 그리고 샴페인의 크리스탈까지. 그러나 ‘황제’라는 칭호가 허락된 유일한 화이트 와인은 소테른의 샤토 디켐뿐이다. 디켐은 자연이 허락한 우연과 인간의 광기 어린 집착, 그리고 무한한 시간이 빚어낸 ‘불멸의 예술품’이다. 왜 전 세계의 컬렉터들은 이 와인에 열광하며, 이를 소유하는 것을 부와 안목의 척도로 여기는가.
1593년 샤토 디켐의 시작
보르도 1855년 그랑 크뤼 등급 제정 당시 레드 와인에는 1등급이 4개(1973년 샤토 무통 로췰드가 승격해 5개로 변동)가 있었으나, 화이트 와인(스위트) 부문에서는 오직 샤토 디켐만이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특등급)’라는 왕관을 받았다.
샤토 디켐의 현대적인 명성의 시작은 1593년 소바주 가문이 이 영지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1785년 프랑수아즈 조세핀 드 소바주가 뤼르 살뤼스 백작과 결혼하면서 디켐은 ‘뤼르 살뤼스’ 가문의 소유가 됐다. 이들은 20세기 말까지 200년 넘게 디켐을 지켜온 수호자였다.
‘디켐’(Yquem)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고대 게르만어 ‘Aig helm’에서 파생됐다. 이는 ‘투구를 쓰다’는 뜻이다. 고대부터 투구는 존귀함의 상징이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 경기에서 1등을 했을 때 받은 상이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청동 투구다. 오래전부터 서양에서 투구는 존귀함을 상징해 왔다.
디켐이 오늘날과 같은 고귀한 스위트 와인을 만들게 된 기원에 대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1847년 당시 주인이었던 뤼르 살뤼스 백작은 러시아 여행을 떠나며 “내가 돌아올 때까지 수확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의 귀환은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고, 그사이 소테른의 포도송이들은 귀부 곰팡이로 뒤덮이고 건포도처럼 쭈글쭈글해진 것이다.
모두가 망연자실해 있을 때 백작은 수확해서 와인을 만들 것을 지시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귀부 곰팡이가 포도의 수분을 앗아가고 당분과 산미만을 남겨 꿀처럼 진하고 복합적인 향을 지닌 기적의 와인이 탄생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귀부’(Noble Rot) 와인의 전설적인 시작이다.
디켐의 위대함은 하늘이 내린 떼루아에서 비롯된다. 포도밭은 소테른에서도 높은 언덕에 위치해 배수가 탁월하다. 하지만 핵심은 ‘안개’다. 차가운 시롱 강이 따뜻한 가론 강과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새벽의 짙은 안개는 포도 껍질에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곰팡이가 피게 만든다.
이 곰팡이는 포도 껍질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수분을 증발시킨다. 오후가 돼 안개가 걷히고 뜨거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면 포도는 건포도처럼 쪼그라들며 당도와 산도, 그리고 풍미가 극도로 응축된다. 건조한 오후가 이어지면서 ‘고귀한 부패’(Noble Rot)가 완성되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에 허락된 단 한 잔
디켐의 수확 과정은 ‘경제성’이라는 단어를 철저히 무시한다. 포도송이 전체를 수확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일꾼들이 포도밭을 많게는 10회 이상 드나들며 완벽하게 부화된 포도알만 하나씩 수확하기에 생산량은 극도로 적다. 일반적으로 나무 한 그루에서 와인 한 병을 만든다면, 디켐은 나무 한 그루에서 단 한 잔의 와인만 얻을 수 있다.
수확된 포도는 부드럽게 압착돼 100% 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된다. 이후 3년 이상 긴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오크의 타닌과 바닐라 향이 와인의 당도 및 산도와 결합해 불멸의 구조감을 형성한다.
샤토 디켐은 와인이 도달할 수 있는 관능의 끝을 보여준다. 처음엔 빛나는 황금색을 띠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호박색을 거쳐 100년이 지나면 진한 마호가니 색으로 변한다. ▲살구 ▲말린 망고 ▲파인애플의 열대 과일 향이 폭발적이다. 그 뒤로 ▲꿀 ▲밀랍 ▲구운 아몬드 ▲바닐라 ▲귀부 와인 특유의 사프란과 생강 향이 피어오른다.
입안에서는 엄청난 점성과 당도가 느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디켐의 핵심은 ‘단맛’이 아니라 ‘산도’에 있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산미가 단맛을 든든하게 받쳐줘 완벽한 밸런스와 끝없이 이어지는 피니시를 선사한다.
1996년부터 시작된 지분 다툼 끝에 1999년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가 디켐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당시 알렉상드르 드 뤼르 살뤼스 백작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저항했으나 거대 자본의 흐름을 막을 순 없었다.
샤토 디켐은 100년을 넘어 20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한 ‘불멸의 와인’이다. 이것을 마시는 것은 단순히 단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자연과 투쟁하고 타협하며 만들어낸 위대한 역사를 마시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디켐 앞에서 경외감을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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