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폐기물 데이터, 도시의 ‘디지털 청진기’가 되다[순화동필]
- 환경에도 데이터 분석을 입히면 지구 수명을 늘릴 수 있다
[고재성 같다 대표]이사 날짜를 잡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고민을 시작한다. “소파랑 책장, 장롱은 어디에 맡기지?”, “구청 예약은 꽉 찼다는데 어떡하지?” 전단지를 뒤적여 업체에 전화하고, 서로 다른 가격을 듣고, 문 앞에 커다란 가구를 하루 이틀 세워두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풍경이다.
대부분은 이 과정을 ‘어쩔 수 없는 수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환경 플랫폼 ‘같다’를 운영하며 필자가 매일 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시민들이 버리는 순간마다 남기는 ▲신청 정보 ▲사진 ▲위치 ▲배출 시간 ▲물건의 종류와 상태는 하나의 ‘데이터 스트림’이다. 그 흐름을 따라가면 한 도시가 무엇을 얼마나 소비하고, 언제 어떻게 버리는지가 드러난다.
쓰레기를 ‘골칫거리’가 아닌 ‘데이터’로 보기 시작했을 때
‘같다’는 대형 폐기물 배출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사용자는 앱에서 폐가구나 폐가전 사진을 찍어 올리고, 주소와 배출 희망 시간을 입력한다. 시스템은 이를 기준으로 인근 수거업체를 연결하고, 지자체 규정에 맞는 배출 방법과 수수료를 안내한다. 표면적으로는 ‘대형 폐기물 처리 불편을 줄이는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더 중요하게 보는 건 그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다. ▲어떤 동네에서 ▲어떤 요일과 시간에 ▲어떤 품목이 자주 나오고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인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인지가 매일 기록된다. 한 줄의 신청 정보가 쌓여 수십만·수백만 건이 되면, 그 도시는 더 이상 ‘감’으로 관리되는 공간이 아니다. 명확한 숫자와 패턴을 가진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이 된다.
예를 들어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2~3월에는 책상과 의자, 책장이 특정 연령대 밀집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배출된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는 오래된 가구와 건자재 관련 폐기물이 특정 기간 동안 급증한다.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보일러와 난방기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이런 흐름을 한 걸음 떨어져 데이터로 바라보면 ‘어디에 수거 인력을 얼마나 배치해야 할지’, ‘어떤 품목에 재활용·업사이클 인프라를 먼저 깔아야 할지’가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쓰레기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과 소비·에너지 사용 패턴이 고스란히 담긴 ‘데이터’가 되는 순간이다.
예산·탄소·시민 경험을 바꾸는 데이터
도시와 지자체 입장에서 폐기물 관리는 녹록한 일은 아니다. 수거 차량과 인력은 부족하고,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거 동선을 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구역에서 대형 폐기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 ▲어느 시간대에 집중되는지 분석하면, 불필요하게 공차로 움직이던 차량을 줄일 수 있다. 한 번에 수거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화해 운행 횟수를 줄이고, 야간·주말 등 피크 타임에는 탄력적으로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이는 곧 지자체 예산 절감과 연결된다. 똑같은 비용으로 더 효율적인 수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환경 측면에서도 이 데이터는 강력한 레버리지다. 파손이 적고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과 소재 분리가 쉬워 재활용 가치가 높은 품목을 구분해내면 단순 폐기가 아닌 재사용·재활용으로 돌릴 수 있는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가구나 가전 제품의 일부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사회적 기업, 업사이클링 기업과 연계해 ‘다시 쓰이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사용 가능 물량을 선별해 별도의 수거 루트를 만들면 소각·매립으로 가는 폐기물이 줄어들어 탄소 배출량도 함께 감소한다. 숫자로 환산해 보여주면 훨씬 설득력이 커진다. 대부분의 환경 논의는 ▲전력 ▲산업 ▲수송 부문에 집중돼 있다. 반면 생활 폐기물 영역은 다소 ‘주변부’ 취급을 받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도시민이 매일 접하는 가장 직접적인 환경 이슈는 집 앞 분리수거장과 대형 폐기물 배출이다.
같다가 하고 있는 일은 이 생활 폐기물 영역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하고, 연결 가능한 인프라로 바꾸는 것이다. 시민과 수거업체, 지자체를 잇는 플랫폼을 넘어 재활용 업체와 ▲중고 거래 플랫폼 ▲친환경 제품 기업 ▲ESG 평가 기관까지 이어지는 ‘폐기물 데이터 허브’를 만드는 작업에 가깝다. 이제 ‘K-컬쳐’ 못지않게 ‘K-환경’ 시스템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한국의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 노하우와 IT 기술이 결합된 이 모델은 전 세계 도시들이 겪고 있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폐기물 데이터 허브, ‘K-환경’ 시스템으로 진화하다
이 허브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재활용 업체는 “어떤 소재가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고 설비 투자와 공장 입지를 결정할 수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재사용 가능한 물건이 많이 나오는 지역에서 픽업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실제 폐기물 감축 성과를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형식적인 캠페인보다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있는 활동을 가려낼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제품 설계 단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소재나 구조가 실제 현장에서 재활용·재사용되기 어려운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면, 제조사는 다음 제품을 설계할 때 이를 반영할 수 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버려질 것인가”까지 고려하는 순환 디자인(circular design)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같다가 하는 일은 거창한 기술 혁명이 아니다. 시민의 불편을 줄이는 일에서 출발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활용하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작은 데이터 혁신들이 모여 환경 분야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쓰레기를 치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쓰레기를 통해 도시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 우리는 이미 금융과 제조에서 그 변화를 경험했다. 이제 환경 차례다.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쓰레기 데이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디지털 청진기를 귀에 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지구의 남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는 길 위에 서게 될 것이다.
필자는 국내외 다국적 기업에서 비즈니스 개발 및 데이터 기반 전략 업무를 담당하며 1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년전과 변함없는 폐기물 자원 처리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2018년 주식회사 ‘같다’를 창업했다. 폐기물 처리 플랫폼 ‘빼기’의 개발과 기획 및 운영을 주도했다. 빼기는 협력 지자체 수 80곳, 가입자 수 230만을 넘겼다. 기술을 통해 환경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목표 아래, ‘버림의 불편을 줄이고 사회의 순환성을 높이는’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썰풀이 최강자 ‘다인이공’...정주행 안 하면 후회할 걸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1/24/isp20260124000086.400.0.jpeg)
![‘중티’ 나는 남자와 ‘팩폭’ 날리는 여자, 시트콤보다 더 시트콤 같은 ‘여단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1/11/isp20260111000031.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티카로스, 페이펑 바이오텍 계열사와 ‘체내 CAR-T’ 공동연구 진행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미성년 성폭행’ 고영욱 “13년간 실업자, 우리 개들 사룟값 벌 방법 없나” 토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새벽배송 규제에 손님 뺏기고 매출 6억 날려"…사장님의 비명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뜨거운 '피지컬 AI'…VC, 로봇 브레인에 꽂혔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김현수 휴비츠 대표 “올해 ‘게임체인저’ OCT 구강스캐너 출시…기술 접목 계속”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