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코스피 1만 시대’ 오면 모든 투자자들이 행복할까 [스페셜리스트 뷰]
- 빚을 내는 투자 '빚투'는 반드시 지양해야
모든 투자자가 행복해지려면 안전투자부터 시작
2026년 코스피 목표주가에 대해 씨티(Citi)그룹은 2026년 말 5500을,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5000을 전망했다. 또 노무라증권은 2026년 상반기 중 5000을, JP모간은 2026년 중 5000을 각각 예상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코스피 5000 도래 시기를 상반기 중 또는 연말쯤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1월 22일 코스피가 장중 5000을 돌파하면서 1월이 지나기도 전에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전설의 명마 ‘적토마’(赤兔馬)처럼 코스피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지수가 단기간에 주요 목표치를 넘어선 만큼 벌써 투자자들 사이에 “코스피 1만 시대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나오는 분위기다.
“급등장일수록 교과서적인 투자를”
요즘 자주 휴대폰으로 금융앱을 검색한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져 불어난 금융자산을 보면 마음이 흐뭇하다. 하지만 최근의 가파른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만일 큰 조정장이 온다면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그동안 불어난 금융자산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손실위험이 높은 주식투자는 반드시 자신의 투자성향에 적합하게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을 적절하게 배분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위험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주식 등으로 수익 가능성이 높지만 손실 위험도 크다. 안전자산은 채권 예금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자산을 뜻한다. 자산배분은 두 자산을 적절히 섞어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다. 주식시장은 오르고 내리고 반복하면서 역사적으로 우상향해 왔다. 미국의 주식시장을 분석해 보면 주가가 20% 이상 올라가는 상승장은 2~3년간 지속되는 반면,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는 하락장은 적게는 10개월, 많게는 1년간 지속된다. 즉, 하락장만 잘 견디면 다음 상승장에 올라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앞으로 코스피가 5000을 넘어 1만까지 상승할지 아니면,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에 대한 반작용으로 큰 조정장이 올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교과서적인 투자원칙을 준수하는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춰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으로 자산배분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하락장일 때는 채권·배당주·헬스케어 등 방어주 비중을 늘리고 상승장일 때는 주식·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주 등 성장주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꾸준히 투자한다.
주식시장이 밀리면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주식시장이 오르면 “그동안 싸게 산 주식들로 이익이 나서 좋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를 한다. 마치 손주들 만나는 것을 행복하지만 놀아 줄 힘이 부치는 어르신들이 “손주들이 오면 좋게 손주들이 가면 더 좋다”고 말씀하시듯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배분을 통한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라는 교과서적인 투자원칙만 잊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올라도 좋고 떨어져도 좋은 곳이다.
급등장에서 많은 투자자 손해 볼 수 있어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크게 늘어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의하면 2020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한 투자자는 914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0만명 증가했다. 특히 당시 20~30대 청년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는데 2019년 전체 인구의 5%, 15%에 불과했던 20~30대 청년 투자자들이 2020년에 15%, 25%로 각각 늘어났다.
당시를 돌아보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 19일 코스피는 1439.43까지 폭락하며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던 시기가 있었다.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에 나서고 실물경제의 급격한 위축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회피에 나섰고 국내 증시도 단기간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경기부양 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됐다. 특히 저금리 환경 속에서 투자 대기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그 결과 코스피는 1년 3개월 뒤인 2021년 6월 25일, 3316.08까지 상승하며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런 급등장이라면 투자자 대부분이 큰 이익을 보았을 것을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는 투자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2020년 3월 이후 주식시장에 진입한 신규투자자 중 60%는 손실을 시현했다.
또 이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은 연간 1600%에 육박하는 거래회전율을 보이는 등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단기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주식시장 전체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교과서적인 투자원칙을 지키지 않는 투자자에게는 전체 시장의 상승에 따른 열매를 향유하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다.
급등장 속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레버리지 투자 확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는 2025년 6월 30일, 20조8000억원에서 2026년 1월 19일, 29조1000억원으로 불과 6개월 만에 8조3000억원이 늘며 사상 처음 29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투자자들이 보유 자금뿐 아니라 차입 자금을 활용해 주식 매수에 나서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용거래융자는 통상 증시 상승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잔고 확대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투자자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과열 신호로도 해석된다.
특히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투자자 개인의 손실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매도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신용거래 증가 추이는 상승장 속에서도 위험관리 필요성을 점검하게 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코스피 5000 돌파 이후 청년층과 50~60대 투자자 사이에서 신용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환능력을 초과한 빚투가 급락장에서는 반대매매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 의사와 무관하게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절차다. 급락장에서 매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손실이 순식간에 확정될 수 있고 투자자는 시장이 회복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시장에서 이탈하게 된다. 레버리지 투자는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라는 구조적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21년 ‘동학개미 열풍’ 당시에도 신용잔고는 25조원을 넘어서며 과열 신호를 보였고 이후 조정 국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된 바 있다. 상승장일수록 빚을 통한 공격적 투자보다는 자산배분과 현금흐름 중심의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은 투자경험이 적고 재무적 안정성이 낮기 때문에 빚을 내어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가 투자 실패를 볼 경우 개인 재무적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어 정상적 사회생활마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투자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하며,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라는 교과서적인 투자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 빚을 내어 투자하는 일명 ‘빚투’는 이 원칙을 준수하기 힘들다. 빚투를 한 후 급락장에 직면한다면 주식담보비율의 부족으로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기 때문에 급락하는 시장 충격을 그대로 받게 된다.
금융자산, 유동성·안전성·수익성 자금으로 나눠 배분
청년층뿐만 아니라 누구든 돈을 모으고 불릴 때에는 재무목표와 운용기간 등을 고려해 유동성 자금, 안전성 자금 또는 수익성 자금으로 나눠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급하게 현금 등이 필요할 때에 대비한 유동성 자금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거나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한다. MMF는 단기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분산투자 수단으로 활용된다. 결혼이나 독립자금 마련, 분양아파트 잔금 등과 같이 어떤 일이 발생해도 꼭 필요한 안전성 자금은 정기예금과 같이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곳에 넣어야 한다. 손실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돈을 불리고 싶은 수익성 자금은 펀드와 ETF, 개별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투자는 반드시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을 적절하게 배분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짜서 분산투자와 장기투자하는 교과서적인 투자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민 안전투자 교육이 필요한다. 안전투자 교육은 “얼마를 벌 수 있는가”와 “얼마를 잃을 수 있는가”에 대한 수익·위험의 균형, 빚을 낸 투자인 레버리지의 양면성, 분산투자와 장기투자의 개념,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의 자산배분원칙 등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한다. 청소년기부터 시작해 대학생, 사회초년생, 일반인, 은퇴준비자, 은퇴자 등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와 금융감독당국이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필요하다. 전국민이 모두 행복한 ‘코스피 1만 시대’를 기대해 본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
필자는 성균관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영대학원에서 은행경영 E-MBA 과정을 수료했다. 은행감독원과 금융감독원에서 약 40년간 근무한 금융감독 분야 전문가로 한국은행과 신용관리기금을 거쳐 은행·저축은행 감독,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분쟁조정 및 불법금융 대응 등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폭넓게 수행했다. 또한 포용금융과 서민금융 지원, 금융상품 판매감독, 지역 금융지도 업무까지 두루 경험했으며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로 재직하며 투자자 보호와 금융교육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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