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62만개 오지급’ 비트코인 매도 논란…법적 책임 어디까지
- 빗썸 “99.7% 회수했지만 일부 물량 현금화”
착오 송금 해석 가능성…민사 책임 부상
형사 처벌 여부 놓고 법적 판단 엇갈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께 진행한 랜덤박스 이벤트에서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원화 금액’을 입력해야 할 항목에 ‘비트코인 수량’을 잘못 기입했다. 이로 인해 1인당 2만~5만원 상당이 지급돼야 할 보상이 비트코인으로 전환되며 총 62만 개가 오지급됐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약 9800만 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 계정에는 수천억 원 규모 자산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셈이다.
빗썸은 사고 인지 직후 해당 계정의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고 회수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오지급 물량의 99.7%에 해당하는 61만8212개를 당일 즉시 회수했다. 남은 1788개 가운데서도 약 93%를 추가 회수했지만, 이날 기준 약 125개(약 129억 원)는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약 30억원 규모는 이미 현금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는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거래소는 보유 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 간 정합성을 맞췄다고 밝혔다. 7일 밤 기준 고객 자산 정합성 확보를 완료했으며, 현재 거래소가 보관 중인 가상자산 보유량은 이용자 예치량과 일치하거나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신뢰 흔들리나…디지털자산 규제 논의 촉각
문제는 미회수 물량 처리 과정에서 법적 분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빗썸은 해당 고객들과 반환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등 민사 절차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일종의 착오 송금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거래소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반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형사 처벌 여부는 불확실하다. 대법원은 2021년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다른 계정으로 이체한 사례에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에는 가상자산을 형법상 재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 법적 환경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24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시세조종 등 관련 범죄에 대해 유죄 판결이 잇따르면서,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와 보호 필요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이 형사 영역으로 확대될 경우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고가 거래소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앙화 거래소 구조상 내부 통제 실패가 곧바로 대규모 자산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들조차 이 부분에 대해 100% 대비가 되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하며 업계 전반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는 혁신 저해와 인수·합병(M&A)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반발해왔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규제 강화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빗썸은 “이번 사고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체계 강화와 투자자 보호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빗썸은 사고 당시 앱과 웹에 접속 중이던 고객에게 2만원을 지급하고, 사고 시간대 저가 매도 고객에게는 매도 차액 전액과 10% 추가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9일부터 7일간 전 종목 거래 수수료를 0%로 낮추는 조치를 시행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 이벤트 오류를 넘어 거래소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수십만 개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됐다는 점 자체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며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거래소 운영 기준도 금융권 수준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 이벤트 오류를 넘어 중앙화 거래소 구조 자체의 리스크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내부 통제와 자산 관리 기준을 금융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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