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양극화]②
발행어음·IMA로 대형사로 이익 쏠림 가속
대형사 ROE 12%로 높아졌지만…중소형사 4~5%에 머물러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증권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상위 대형사로 이익이 더 커지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대금 확대로 인한 수수료 증가만 아니라 자본 규모에 따른 수익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사업 부문에서 일부 대형사만 누릴 수 있는 영업 기반이 확장된 것이다. 증권사의 자본력이 투자 확대 여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익 쏠림은 대형사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중소형사의 수익성 지표는 지난해부터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사 발행어음·IMA 확대로 자본 활용 높여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대형 증권사들은 단순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을 넘어 자기자본을 활용한 영업을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행어음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증권사는 기존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에 더해 지난해 말 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이 합류하면서 총 7개사로 늘어났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영위할 수 있다. 이 상품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통상 1년 이내의 짧은 만기와 약정 수익률 구조를 갖는다. 증권사가 일정 금리를 사전에 확정해 제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상품에 따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여신이나 대체투자 등에 운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발행어음만으로도 증권사는 자금 유입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잔고를 보면 2021년 8조4000억원에서 매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21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이 2월에 내놓은 ‘신한프리미어 발행어음’ 특판상품 500억원은 출시 하루 반나절 만에 완판됐다. 상품 금리는 특판형의 경우 조건에 따라 세전 연 3.80∼4.00%였던 점이 유효했다. 앞서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이 출시한 발행어음도 조기 소진된 바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 간 발행어음을 중심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만큼 자기자본이 충분치 않은 중소형사들이 구조적으로 대형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이익 증가율 격차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행어음뿐 아니라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어야 인가가 가능한 IMA 사업에서도 대형사 위주의 경쟁 구도가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자기자본을 확충해 인가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IMA 사업을 영위 중인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IMA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최대 3배 범위에서 계좌를 운용할 수 있어 대규모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발행어음의 2배보다 높아 대형사 입장에서는 운용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중소형사는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확대에서 대형사에 크게 밀리는 상황에 처해 있는데,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 자본 활용에서도 격차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상위사의 독주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WM 부문에서는 KB증권이 리테일 기반 고객 자산 확대를 바탕으로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KB증권의 WM 관련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416억원을 기록해, 한 해에만 1조원을 돌파했다. 중소형사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KB증권은 IB 부문 이익에서도 13.3% 증가한 4504억원을 기록했다. 다양한 상품으로 고액자산 고객을 확대하면서 관련 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떨어지는 중소형 증권사 ‘ROE’
자본을 활용한 경쟁력 차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격차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 상위권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ROE는 지난해 각각 9.9%, 12.4%까지 높아졌지만, 다수 중소형사의 ROE는 4~5% 수준에 머물러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형사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이다. 자본을 운용해 수익으로 연결하는 경쟁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인력과 네트워크, 자기자본 등 복합적인 요건들이 수익을 만든다”며 “자기자본이 클수록 조달 수단이 다양해지고 운용 기회가 확대된다. 또 큰 딜을 맡으면서 자본이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만, 중소형사는 기업공개(IPO)에서 남기는 수익이 얼마 안 돼 수익 차이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증권업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자본 격차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2026년 증권산업 주요 이슈’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업계 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9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대형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조4000억원으로 사실상 자본 확충 대부분을 대형사가 가져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도 중대형 증권사의 신규 업무 진출을 위한 자본 확충이 이어지면서 중대형사와 소형사 간 자본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런 대형화 흐름은 규모의 경제와 자본 규제, 기업신용공여, 발행어음, IMA 등의 업무 진출에 따른 수익 다변화 이점으로 인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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