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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원 대장정 첫발은 ‘바다’…신안 해상풍력에 조 단위 수혈
- [국민성장펀드, 산업 지도 재편]②
신안우이 해상풍력 1호 투자 낙점…첨단전략산업기금 7500억원 장기 대출
5극 3특·분산 에너지 정책 동시에…첨단 산업 거점 육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대한민국 산업의 혈맥을 바꿀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첫 번째 투자처로 ‘바다’와 ‘전력’을 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개최된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이 7500억원 선·후순위 대출자로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지난해 12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7건의 1차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한 후속 절차다.
7대 메가프로젝트 가동… 해상풍력이 물꼬 텄다
메가프로젝트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산업 파급효과가 큰 7개 사업을 말한다. 국민성장펀드가 우선 지원할 후보군이다. 해당 사업은 ▲K-엔비디아(NVIDIA) 육성 ▲국가 AI컴퓨팅센터 ▲전남 해상풍력 ▲울산 전고체 배터리 소재공장 ▲충북 전력반도체 생산공장 ▲평택 첨단 AI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에너지 인프라 등이다. 이 가운데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해상풍력이 결정됐다. 반도체와 이차전지·AI가 주를 이루는 후보군 가운데 친환경 에너지·인프라 사업이 우선 낙점된 것은 향후 한국 경제 지형도의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전남 신안군 우이도 남측 해상에 발전 용량 390MW(메가와트)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이다. 390MW는 약 36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 수준에 해당한다. 해상풍력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의 15대 초혁신경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정부는 2035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설비용량(현재 0.35GW)을 25GW(기가와트)까지 확대하고, 발전단가도 현재 330원대(kWh 기준)에서 2035년까지 150원으로 낮추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3조4000억원 전체 사업비 중 첨단전략산업기금이 7500억원을 장기 대출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국민성장펀드가 저리 대출을 통해 사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고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사업의 진행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안우이 해상풍력사업은 약 3년간의 건설 기간을 거쳐 2029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인공지능(AI)·데이터 센터(IDC) 산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5극 3특’ 체제·분산 에너지…지방 산업 생태계 재편
이번 사업은 정부의 핵심 균형발전 전략인 지역 균형발전 ‘5극 3특’ 체제, ‘분산 에너지’ 정책과도 긴밀하게 맞물려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체제는 5대 메가시티와 3대 특별자치권을 만들어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탈피하고 지역별로 자생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단순히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차원으로 국한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안우이 프로젝트가 위치한 호남권은 ‘에너지 및 AI 거점’으로 설정된 곳이다.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대규모 전력을 기반으로 지역 내에 이차전지·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저렴한 전기 에너지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지방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은 지방(해안가)에서 하고, 소비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이 하는 구조다.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설치하는 송전망 문제 등 사회적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은 연간 4000만~4500만MWh(메가와트시)인 반면, 자체 발전량은 연 500만MWh 수준에 불과하다. 90% 가까운 전력을 지방에서 끌어온다는 뜻이다. 최근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대규모 전력이 필요해진 경기도 역시 약 5000만MWh의 전기 에너지를 다른 지역에서 조달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인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나 첨단 제조 시설을 세우고 현지에서 소비하게 하면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또 향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의 전기 요금이 수도권보다 저렴해지면 기업에게는 강력한 지방 이전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KB·신한금융, 전북에 거점 구축…금융 산업 삼각축 완성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도 전북혁신도시에 금융 거점을 조성키로 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의 초석을 쌓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지난 1월 28일 증권·자산운용·손해보험 등 핵심 계열사를 한데 모은 ‘KB금융타운’을 전북혁신도시에 조성하기로 했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 사무소, AI 기반 비대면 전문 상담 조직인 ‘스타링크’를 비롯해 KB손해보험 광역스마트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기존 임직원 150여 명에 100여 명이 더해져 250여 명이 상주하게 된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전북을 ‘자산운용·자본시장 핵심 허브’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종합자산운용사 최초로 전주사무소를 개설하고 고객상담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운용부터 수탁·리스크 관리까지 자본시장 밸류체인 전체를 구축해 현재 130여 명인 전문 인력을 300명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전북은 금융사들을 유치하면서 서울(종합금융)·부산(해양·파생금융)과 함께 자산운용·농생명·기후에너지 금융을 한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삼각축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김인태 전북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은 “민간 금융그룹의 연이은 선택은 전북의 금융도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지역 인재들이 금융 전문가로 성장하고 경제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정을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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