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작지만 확실한 행복…스몰 럭셔리의 힘 [이윤정의 언베일]
- 루이비통, 23만원 립스틱 출시…소장 욕구 자극
럭셔리 브랜드, 향수·컵·타월 등 무한 확장
[이윤정 작가·노블레스 전 편집장] 지난해 루이비통에서 립스틱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 대다수의 관심은 ‘가격’에 쏠렸다. 루이비통이 선보인 립스틱의 가격은 160달러(약 23만740원)였다.
여성에게 필수품 같은 립스틱은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요즘은 5000원 미만의 립글로스도 많다. 제품력 대비 가성비가 뛰어난 K-뷰티 브랜드의 립스틱은 대개 2~3만원 선이다. ▲설화수 ▲샤넬 ▲디올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립스틱이 6~9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루이비통의 립스틱은 꽤 비싼 수준이다.
루이비통의 립스틱은 뚜껑에 모노그램 문양이 새겨졌고, 4색 아이섀도우의 케이스에는 LV 로고가 선명하게 장식됐다. 루이비통은 ▲수첩 모양 케이스에 담긴 ‘매티파잉 페이퍼’(기름 종이) ▲모노그램 지갑 형태의 ‘립 앤 아이 브러쉬 세트’ ▲립스틱 전용 파우치 ▲미니 메이크업 박스 등 가죽 제품과 연계된 디자인도 다수 선보였다.
스몰 럭셔리의 핵심은 ‘대리 만족’
립스틱은 종종 스몰 럭셔리의 대표 주자로 인식된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경제가 어려워지자 값비싼 가방이나 의류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 판매가 급증하면서 탄생한 경제학 용어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는 ‘스몰 럭셔리’ 개념으로 확장됐다.
스몰 럭셔리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소비할 수 있는 사치품을 이르는 말로 통용된다. 스몰 럭셔리의 핵심은 ‘낮은 가격’이 아니라 ‘소액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경험하는 대리 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루이비통의 최고경영자(CEO) 피에트로 베카리는 한 인터뷰에서 “립스틱이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액세서리이자 수집 가치가 있는 오브제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루이비통이 가죽 액세서리와 함께 선보인 화장품은 내용물을 다 사용한 후에도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에르메스도 지난 2020년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였다. 24가지 컬러로 출시된 립스틱은 에르메스의 소박한듯 우아한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절제된 디자인을 자랑하며 리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에르메스는 ▲블러셔 ▲네일 에나멜 ▲베이스 메이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에르메스 화장품의 높은 인기에는 제품력뿐 아니라 ‘에르메스 제품’이라는 후광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각 브랜드가 스몰 럭셔리군으로 발표하는 아이템의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화장품 ▲향수 ▲컵 ▲글래스 ▲타월 ▲그릇류에서 ▲스크런치 ▲반려견 반다나 ▲핸드백 참 ▲에어팟 케이스 등으로 영역을 무한하게 늘리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하나의 브랜드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럭셔리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과하지 않고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엔트리 제품을 통해 차근차근 브랜드의 취향을 전달한 후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활동을 큰 지출을 하기 전 시험을 한 뒤 구매하는 ‘리트머스 소비’와 연결 짓기도 한다.
가격은 달라도 유지되는 ‘브랜드 정체성’
엔트리 레벨에 대한 투자와 열기는 주얼리 하우스에서도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간 하이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 시장 모두 활황을 보이는 상황이다. 가히 주얼리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럭셔리 산업에서 주얼리는 약 5~8% 성장할 전망이다.
까르띠에의 ‘러브’와 ‘트리니티’, 불가리의 ‘비제로 원’과 ‘디바스 드림’, 티파니의 ‘하드웨어’, 쇼메의 ‘리앙’과 ‘비’ 컬렉션,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와 ‘뻬를리’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엔트리 레벨 주얼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몇백 시간의 작업을 거쳐 탄생한 억대 하이 주얼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모두 각 브랜드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정체성(DNA)은 동일하게 지닌 제품이다. 심지어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럭셔리 브랜드는 어떤 제품을 만들든 그 안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버킨 백’에서 ‘반려견 반다나’까지, ‘모노그램 트렁크’에서 ‘립스틱 케이스’까지 정체성에 대한 집착으로 품목은 달라져도 브랜드의 가치는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간혹 스몰 럭셔리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주력 제품이 아닌데 굳이 그 금액을 지불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은 눈에 담는 일만으로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다.
향과 립스틱으로 시작된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으로 이어진다. ‘럭셔리 브랜드의 민주화’라기보다는 럭셔리 세계로의 진정한 입문을 위한 통로인 셈이다. 입문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에 티파니 매장은 펜던트와 반지 등을 사려는 고객으로 붐빈다. 특별한 날 티파니로 몰려드는 현상은 그저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구매자는 홀리데이 시즌과 사랑을 주제로 한 ‘티파니의 스토리텔링’을 구매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가치는 가격의 높낮이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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