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통신 너머 ‘AI 심장부’ 노린다…MWC 달구는 이통 3사
- AI 기술과 비즈니스모델(BM) 접목한 서비스 선보여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6’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 올해 MWC의 주인공은 더 이상 ‘빠른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아니다. 대신 글로벌 통신 기업들은 일제히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우며 산업의 대전환을 선포했다.
대한민국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역시 단순한 통신 사업자(Telco)를 넘어 ‘글로벌 AI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인프라부터 서비스, 문화까지 아우르는 3사의 AI 전략은 이제 막 구체적인 실체를 드러내며 글로벌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전면에 나선 AI, 산업 대전환 예고
SKT는 이번 MWC에서 AI 인프라·모델·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풀스택 AI’ 경쟁력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SKT는 MWC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 3홀 중앙에 992㎡(약 300평)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했다.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SKT의 AI’를 주제로, SKT와 파트너사가 준비한 '통신으로 고도화하는 AI 기술'과 'AI로 진화하는 통신 기술'을 담아냈다.
특히 이번 MWC에서는 SKT의 AIDC(인공지능데이터센터)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AIDC 내 다양한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효율적·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플랫폼 'AIDC 인프라 매니저'가 대표적이다. 또 ▲고성능·고효율 클라우드 플랫폼 ‘페타서스(Petasus) AI 클라우드’ ▲GPU(그래픽처리장치) 자원 최적화 솔루션 ‘AI 클라우드 매니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가이아’(GAIA) 등을 통합한 ‘K-소버린 GPUaaS(GPU as a Service)’ 솔루션 ▲AI 추론을 위한 차세대 솔루션 ‘AI 인퍼런스 팩토리’도 선보인다.
AI 시대 자율형 네트워크와 6G의 미래상도 제시한다. ▲네트워크에 적용될 각종 AI 에이전트 ▲통신과 AI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기지국(AI-RAN)' 기술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반 안테나 최적화 기술 ▲전파 신호로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통신·감지 통합' 기술을 공개한다. 고객 경험과 업무 혁신을 이뤄내는 다양한 에이전틱 AI 서비스와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도 선보인다.
KT는 기술의 ‘차가움’ 대신 문화의 ‘따뜻함’을 입혔다. 바르셀로나 한복판에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지 ‘광화문광장’을 테마로 한 전시관을 마련한 것이다. 입구에서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대한민국 혁신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영상이 상영된다. 내부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사옥, 세종문화회관 등 광화문의 상징적 공간을 현장감 있게 구현했다.
AX존에서는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AX 구현 운영체제 '에이전틱 패브릭'을 공개한다. 에이전틱 패브릭은 다양한 AI 기술과 에이전트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업 업무 전반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엔터프라이즈 AI 운영체제다.
아울러 KT는 이번 MWC에서 한국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자체 개발 AI 모델 ‘믿:음 K’(Mi:dm K)의 개발 여정과 기술 성과도 공개했다. 믿:음 K의 출발점인 1.0 모델은 2023년 처음 공개됐다. 이후 한국어 언어모델 리더보드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고, 기가지니 감성대화, AI 케어 등의 KT 고객 서비스에 적용돼 실 사용 환경에서의 활용성도 검증해냈다. 2025년 7월 KT는 믿:음 K 2.0을 공개하며 Base 모델(11.5B)과 온디바이스 Mini 모델 (2.3B)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번 MWC에서 KT가 전면에 내세우는 모델은 믿:음 K 2.5 Pro다. 32B 규모로 확장돼 지식 밀도와 추론 성능을 강화했다. 또 128K 토큰 길이의 입력을 지원해 수백 페이지 분량의 장문 문서도 분석할 수 있다. 한국어·영어 중심에서 일본어·중국어를 포함한 4개 국어(Quadrilingual) 체계로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용성도 높였다.
LG유플러스는 작년 첫 단독 전시관 운영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872㎡(약 264평) 규모의 대형 부스를 꾸렸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AI 비서 서비스 '익시오 프로'를 공개했다. 익시오 프로는 AI 통화 앱 '익시오'에서 진일보해 사용자의 통화·문자·일정 등 일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정보를 제안하는 'AI 콜 에이전트'다.
고객의 요청에 반응하는 익시오와 달리 미래형 모델인 익시오 프로는 대화의 맥락과 관계를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안내한다고 LG유플러스는 설명했다. MWC에서는 익시오가 장소·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확장된 미래 모습도 그려진다. 스마트폰을 넘어 집, 사무공간, 차량, 로봇 등으로 확장돼 어디서든 고객과 연결되는 음성 기반 에이전트로 진화한 모습을 선보인다.
아울러 차세대 고객 상담 솔루션 '에이전틱(Agentic) AICC'(AI컨텍센터) 기술도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에이전틱 AICC는 LG유플러스가 지난해 공개한 '에이전틱 콜봇 스탠다드'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모델이다. 단순 응대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진보된 모델이다.
에이전틱 AICC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와 오픈AI가 맺은 AICC 분야 전략적 업무협약(MOU)의 결실이기도 하다. 협약 이후 오픈AI 엔지니어들이 직접 기술 지원에 나서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응답 속도 최적화와 상담 정확도 향상에 집중했다.
‘텔코’ 꼬리표 떼고 ‘AI 플랫폼’으로…글로벌 주도권 다툼 본격화
이통 3사의 이 같은 행보는 더 이상 통신 요금 수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절박함에서 기인한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상황에서, AI는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엔진이 됐다.
이번 MWC 2026에서 한국 이통 3사가 보여준 전략의 공통점은 ‘실행력’이다. 과거에는 개념적인 수준의 AI를 보여줬다면, 올해는 실제 비즈니스 모델(BM)로 연결된 서비스와 인프라를 전 세계 시장에 제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주목하는 부분”이라며, “이번 MWC는 한국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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