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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추진에 입법조사처 “위헌 소지 다분”
- 재산권·기업활동 자유 침해 가능성 지적
정부 “지배구조 규율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방안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입법 논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거래소를 사실상 공공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사업자의 재산권과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재산권과 직업·기업활동의 자유, 소급입법 문제 측면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방안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해당 규제가 헌법상 재산권과 직업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주식 역시 헌법이 보호하는 재산권에 해당하며 보유와 처분의 자유 역시 보장돼야 하는데, 지분 제한과 인가 취소를 연계할 경우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기존에 적법하게 취득한 지분에 대해 사후적으로 강제 처분을 요구하거나 의결권을 제한하는 구조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정소급입법은 중대한 공익적 사유가 없는 한 헌법상 허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헌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지분 제한으로 인해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경우 직업 수행의 자유와 기업 활동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EU·홍콩·싱가포르도 지분 상한 규제는 없어
입법조사처는 글로벌 규제 사례와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과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은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일정 지분 이상 취득 시 감독당국에 통지하거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국내 자본시장법상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의 지분 제한 규정과도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ATS는 설립 단계부터 소유 제한을 전제로 제도가 설계된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운영 중인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지분 구조 변경을 요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헌 소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인정하는 예외에 해당할 경우 최대 34%까지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제한 실시 시점은 법 시행 뒤 3년으로 하는 등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방침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자산을 대규모로 보관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만큼 사실상 금융 인프라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규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고 거래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사후적으로 지분 구조 변경을 요구하는 방식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기존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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