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ETF서 커지는 거래대금…개미들 ‘종목’ 대신 ‘시장’ 산다
- [일평균 거래 100兆 시대]②
국내 주식형 ETF 158조로 해외 추월…거래 구조 ‘상품 중심’으로 재편
자사주 소각·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으로 자본시장 신뢰 높아진 영향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증시가 일평균 거래대금 100조원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지수 상승도 견인하는 모습이다. 과거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개인들의 매매가 ETF를 통한 ‘국장’ 베팅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ETF 거래대금 874.8조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와 3월 19일까지 ETF 시장의 거래대금은 누적 기준으로 920조91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대금인 187조533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ETF 시장에서의 거래가 급증한 모습이다. 3월 들어 18일까지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조861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 대비 70%에 달하는 규모다.
ETF 시장 활성화는 개인 투자자들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들어와 지난 19일까지 개인은 ETF에서 총 3조7250억원 순매수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조476억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개인의 ETF 순매수 규모는 28조5680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의 5조5270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개인들의 거래 방식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처럼 특정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다 손실을 키웠던 것에서 벗어나, 지수 전체나 특정 산업을 묶은 ETF를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종목 선택’보다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ET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370조원을 돌파하며 2020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금 흐름의 중심축이 해외에서 국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는 미국 등 해외 주식형 ETF로 자금이 몰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국내 주식형 ETF로의 자금 유입이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은 158조7000억원으로, 해외 주식형 ETF의 102조60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관련 ETF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시장에서 회자되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인식이 점차 약화되고, 국내 시장에서도 수익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최근에는 코스닥 ETF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상장된 코스닥 액티브 ETF에 개인 자금이 대거 몰린 것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스닥액티브’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코스닥액티브’는 상장 이후 4거래일 동안 개인 순매수 상위 1·2위를 기록했다. 순매수 규모는 각각 8188억원, 3812억원으로, 두 상품에 유입된 자금만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정책·자금 맞물려 ‘국장 신뢰’ 회복
이처럼 ETF에서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증시의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외국인 수급이 지수 방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개인 자금이 ETF를 통해 시장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18일까지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의 투자자별 거래 실적은 개인이 8조5573억원, 기관이 23조417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34조3822억원 순매도했다. 특이한 점은 기관 순매수 규모 중 금융투자에서 33조6153억원 순매수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금융투자 거래 실적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ETF 관련 거래로 분류되기 때문에 ETF를 통한 개인 매수세가 올해 강했던 점이 확인된다.
증권업계는 지수를 추종하는 개인 매수세가 강해진 이유와 관련해 상장 기업들의 실적 개선뿐 아니라 정부 정책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증권사 임원급인 리서치센터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말이 생겨날 수 있도록 빨리 만들어야겠다”며 “증권시장을 포함한 자본시장 정상화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자사주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시행과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에 따른 배당 확대 정책,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 등이 나오면서 시장 활성화와 체질 개선이 투자 자금 유입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었다.
다만 단기간에 수익을 보기 위한 레버리지 ETF로의 자금 유입 확대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자금 유입이 가장 컸던 상품 중 세 번째를 기록한 상품은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다. 이 상품에 개인 투자자들이 누적 순매수한 규모는 1조7530억원을 기록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변동성 장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키울 수 있어 고위험 투자로 여겨진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 투자자의 주식 직접 투자 대비 ETF를 활용한 간접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ETF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코스닥 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도 투자 주체 중 금융투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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