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개미의 역습]②
상법 개정·주주환원 확대 맞물리며 고배당주로 자금 이동
개인 순매수 8조 삼성전자 집중…자사주 소각 기대에 ‘랠리’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단기 시세차익이나 테마주에 쏠렸던 매매가 배당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자사주 소각 등의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서 ‘장기투자’를 통한 수익 확대를 노리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증권주는 올해 들어 주가가 2배가량 오르는 모습을 보였고,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삼성전자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고배당 지수 20%대 상승…주주환원에 자금 쏠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법 개정 논의와 함께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도 기업의 단기 주가 흐름보다 배당 성향과 현금 창출 능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시장 지표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50 지수’는 올해 들어 24.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외에도 증권·은행·보험·카드 등 전통적인 고배당 업종이 포함돼 있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주 10개 종목을 모은 ‘코스피200 금융 고배당 지수 TOP 10 지수’ 수익률 역시 올해 20% 이상 올랐다. 이 지수에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의 증권사 그리고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보험사가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정규 배당 9조8000억원과 추가 배당 1조3000억원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했다. 상반기 중 자사주 87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정책은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은 3월 들어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하고 있다. 3월 3일부터 20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총 8조360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기록됐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들어 고배당주는 투자 매력을 더 키우는 중이다.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고배당주의 경우엔 주가 하락이 오히려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어서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 레벨 자체가 낮아진 만큼 배당수익률 측면에서 매력도가 높아진 기업들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3월 중 배당기준일을 앞두고 있는 고배당 종목을 통해 변동성 회피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상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중이다. 국회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기업들은 자사주를 1년 내, 기존 보유분은 18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배당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평가된다.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업종으로는 증권업계가 꼽힌다. 이런 이유로 증권 지수는 올해 들어와 90% 넘게 상승하면서 코스피 지수 중 상승률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초부터 3월 23일까지 148.17% 급등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개인 순매수 규모는 3830억원으로, 코스피 개인 순매수 상위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DB증권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금융 종목으로는 ▲미래에셋증권(23.1%) ▲DB손해보험(14.6%) ▲한화생명(13.5%) ▲삼성화재(13.4%) ▲삼성생명(10.2%) 등이 꼽힌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기대가 반영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해당 종목으로 집중되는 이유다.
ETF 통한 배당 투자 대중화 흐름
고배당주 중심의 투자 흐름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 시행 기대와 함께 금융주 실적 개선 전망이 맞물리면서 관련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증권·은행·금융지주 업종을 중심으로 한 고배당 전략 상품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증권고배당TOP3’ ETF는 지난 3월 26일 기준 71.9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배당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KB자산운용의 ‘RISE 대형고배당10TR’과 ‘RISE 고배당’ 역시 각각 42.39%, 35.4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는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배당 투자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내 수급 효과가 큰 업종은 배당 ETF 편입비가 높은 금융 업종이었다”며 “코스피 내 가장 큰 수급 강도가 유입되는 업종이면서 자사주 매입을 고려한 총 주주환원율이 높은 업종도 금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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