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업자대출로 내 집 마련’ 꿈 깨라…금감원, 고강도 전수조사 ‘칼날’
- 강남 3구 고위험군 표적 점검…적발 시 적발일로부터 즉시 ‘돈줄’ 차단
사기죄 형사 처벌에 세무조사까지 전방위 압박…강남 집값 2년 만에 ‘하락’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금융당국이 편법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30일부터 주요 시중은행과 상호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현장점검에 본격 착수했다. 사업자대출로 주택을 구입하는 등 대출 신청 목적과 다르게 자금을 유용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등의 문제를 적발하면 대출금을 즉시 회수하고 형사 처벌까지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금감원이 대대적인 현장점검에 나선 배경에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를 우회해 대출을 받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꼼수 대출’을 막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꼼수 대출이 지속되면서 강남 등 주요 지역 집값을 지지하고, 대출이 막힌 대다수의 실수요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재 다주택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무주택자인 경우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대출 규제가 매우 엄격해 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제한적이다. 이에 일부 차주들이 규제 감시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업자대출’을 이용해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문제가 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강남 3구 아파트를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받거나, 실제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거주지(아파트)를 사업장 주소지로 등록해 대출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사전 점검한 결과 이미 127건(약 588억원)의 유용 사례가 적발됐다. 실제 사업자대출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이번 2차 점검은 더욱 정밀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 “부동산 투기용 대출은 사기죄…형사 처벌 대상”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용 대출’에 대한 비판과 거듭된 경고는 금융당국이 강력 대응하는 추진력이 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을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 범죄’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쓰려고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을 하지 않으려는 금융기관에서 사업자금이라 속이고 대출받아 부동산 구입용으로 쓰면 사기죄로 형사 처벌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1일에는 “사기죄 형사 처벌에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고 강제 대출 회수당하는 것과 선제적으로 자발 상환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일지는 분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이 합동으로 전수조사해서 사기죄로 형사 고발하고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사업자대출은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지, 개인이 주택을 사도록 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면서 이를 사업경비로 처리하는 행위는 ‘명백한 탈세’라고 지적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분석해 대출 이자를 사업 경비로 처리하는 등 명백한 탈세 혐의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적발 시 ‘돈 줄’ 막힌다…불이익 조처 강화
적발된 차주와 금융기관은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30일부터 시행되는 ‘여신 프로세스 개선안’에 따르면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되는 즉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고 대출금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 또 최대 5년 동안 신규 대출이 제한된다. 기존에는 대출금을 상환한 날부터 신규 대출이 제한됐으나, 이제는 ‘적발일’부터 바로 대출이 금지된다. 최초 적발 시 1년, 추가 적발 시 5년간 금융권의 모든 신규 여신(증액·재약정 대환·채무인수 등) 취급이 차단된다. 한국신용정보원의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자 정보 공유 인프라’를 통해 적발 사실이 전 금융권에 실시간 공유된다. 한 번 적발되면 전 금융기관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셈이다. 사안이 중대한 경우 신용정보원에 ‘금융질서문란자’로 등재돼 금융 거래 자체가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규제 조치를 강화한 이후 강남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3월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16% 하락하며 2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지표화한 ‘KB선도아파트50지수’ 또한 2년 1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특히 강남에서 사업자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대출을 회수당하거나 싼값에 집을 내놓으면 ‘본보기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강남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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