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수익보다 방어” 변동성 장세서 존재감 커진 액티브 ETF
- [100조 시대 여는 액티브 ETF]③
금리형·머니마켓 ETF 거래대금 급증
MMF와 함께 ‘대기자금 이동’ 뚜렷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국내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투자 자금이 ‘공격’보다 ‘대기’로 방향을 틀고 있다. 특히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금리형·파킹형 상품으로 자금이 몰리며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지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만 7조”…금리형 ETF로 쏠린 자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시작한 이후 3월 3일부터 4월 9일까지 액티브 ETF 중 거래대금 상위 상품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KODEX 머니마켓액티브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 ▲KODEX CD1년금리플러스액티브(합성)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금리형과 인컴형과 같은 저변동성 상품으로, 최근 액티브 ETF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일시적으로 ‘수익 추구’보다 ‘리스크 회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는 같은 기간에 총 9조5987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전체 ETF 중 상위 11위에 올랐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 ETF 역시 1조9473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해 대기성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자산(AUM) 기준으로도 KODEX CD금리액티브는 8조1376억원으로 전체 ETF 중 4위를, KODEX 머니마켓액티브는 7조9513억원으로 5위를 기록하는 등 투자자 자금 쏠림이 뚜렷했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파킹형’ 성격이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KODEX CD금리액티브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를 추종하며, 이를 일할로 계산해 매일 복리로 수익이 쌓이는 구조다. 하루만 투자해도 금리 수익이 발생하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매우 낮아 단기 자금 운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상품의 최근 1개월 시장가격 기준 수익률은 0.04% 수준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가 17~20%대 하락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가격 방어력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증권업계는 올해 3월부터 코스피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락을 반복하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방향성 베팅 대신 대기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ETF로 대표되는 공격적 자금 외에 금리형 ETF로 대표되는 방어적 자금도 동시에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ETF 상품은 안정성에만 그치지 않고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필요할 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증시가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에도 자금을 빠르게 공격적인 자산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에는 방어적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4월 8일 기준으로 252조90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 231조9704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23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MMF는 단기 국채,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대기자금 상품으로,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자금이 유입되는 특성이 있다.
머니마켓액티브 ETF는 MMF 운용 방식을 기반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향후 시장이 정상화될 경우 다양한 섹터의 ETF로 재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됨에 따라 MMF에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ETF형 MMF, 그중에서도 USD 기반 MMF 자금 유입이 급증한 점은 이란발 불확실성에 대응한 단기적 위험 회피 성격의 대기 자금 수요 확대”라고 설명했다.
“시장 정상화 시 자금 방향 변수”
증권업계는 파킹형 액티브 ETF로 자금이 유입된 것을 두고 하락에 따른 불안 심리 확대의 영향으로 보고 있지만, 자금이 여전히 투자 시장 안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단기간 내 흐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금 가격마저 중동 전쟁 발생 이후 하락하면서 금리액티브나 머니마켓액티브 상품이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돼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파킹형 ETF는 구조적으로 수익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위기 분위기가 사라지거나 다시 금리 하락 국면이 나타날 경우 매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이러한 상품에 장기간 자금을 유입하는 것은 수익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상승장이 본격화될 경우 자금이 다시 공격적인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방향성이 불확실한 장세에서는 금리형·머니마켓 ETF가 당분간 자금의 임시 거처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며 “자금이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적극적인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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