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액티브 ETF 100조 시대 눈앞…급팽창 속 기회·리스크 교차
- [100조 시대 여는 액티브 ETF] ①
2년 만에 50조 급증…액티브 ETF ‘100조 시대’ 임박
추종매매·가격 괴리…자금 쏠림·가격 왜곡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1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순자산이 50조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이례적인 팽창 흐름을 보이면서 ETF 시장의 중심축도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과거 지수 추종 중심의 패시브 투자에서 벗어나 반도체·전력·방산 등 전략 산업을 겨냥한 테마형 상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리·환율·유가 등 거시 변수 변동성 확대에 따른 섹터 순환 대응 수요가 커지면서 액티브 ETF는 단순 분산을 넘어 수익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하는 투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특정 산업으로의 자금 쏠림과 단기 순환매 확산 속에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액티브 ETF 시장은 최근 2년 사이 구조적으로 확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액티브 ETF 순자산은 2024년 59조4183억원에서 2025년 91조3995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지난 4월 6일 기준 98조2285억원까지 확대됐다. 단기간 내 자산 규모가 급증하면서 전체 ETF 시장에서 액티브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단순한 자금 유입을 넘어 투자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있다. ETF가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종하는 수동적 상품에서 벗어나 특정 산업과 테마를 중심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전략형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전력·방산·인공지능(AI) 등 정책과 산업 사이클이 맞물린 영역을 중심으로 액티브 ETF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장 추종’보다 ‘선별 투자’에 무게를 두는 수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거시 환경의 구조적 변동성이 자리하고 있다. ▲금리 방향성 변화에 따른 성장주·가치주 간 로테이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방산 업종 부각,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주 선호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자금 이동이 빨라지면서 단순 분산 투자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보다 유연하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액티브 ETF를 선택하고 있다.
자금 쏠림 심화…순환매 가속에 변동성 확대 우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기회 확대와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가 이탈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액티브 ETF가 순환매를 가속화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테마형 ETF에서는 자금 유입이 편입 종목 주가를 밀어 올린 뒤 차익 실현 과정에서 급격한 조정이 나타나는 ‘급등 후 급락’ 패턴도 관측된다. 이는 개별 종목을 넘어 섹터 전반의 가격 왜곡과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이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를 0.7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운용 전략의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패시브 ETF와의 차별성이 제한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상반기 내 비교지수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 완전 액티브 ETF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운용사가 보다 자유롭게 종목 구성과 비중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전략 운용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자산운용사들과 함께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설계를 두고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운용 자율성 확대는 초과수익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성과 편차와 손실 가능성 역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테마 중심 투자와 결합될 경우 특정 산업 쏠림이 심화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운용사 간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낮은 보수와 유동성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테마 기획력과 종목 선별 능력이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유망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유사 테마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품 간 차별성이 크지 않은 ETF가 늘어나고, 단기 성과를 강조한 마케팅이 확대되면서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 역시 액티브 ETF 시장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핵심 리스크로 보고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포트폴리오 사전 공개 구조를 기반으로 한 추종 매매(front-running) 가능성 ▲순자산가치(NAV)와 시장 가격 간 괴리 확대 ▲리밸런싱(정기변경) 과정에서의 가격 왜곡 ▲과장 광고 등은 투자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액티브 ETF의 구조적 특성상 이러한 리스크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더 두드러질 수 있다. 특정 종목 편입 정보가 사전에 노출될 경우 이를 선반영하려는 거래가 집중되면서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리밸런싱 과정에서 대규모 수급 이동이 단기 주가 변동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코스닥 및 테마형 ETF의 경우 시장 가격이 기초자산 가치와 괴리를 보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투자자가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하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하는 가격 왜곡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운용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시장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포트폴리오 공시 방식과 괴리율 관리,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체계를 전반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테마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은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와 운용사 책임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기적으로는 투자자 비용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용 인력과 리서치 투자 축소로 이어져 상품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시장 확대 속도에 맞는 제도 정비와 내부통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액티브 ETF는 운용 역량이 성과로 직결되는 상품인 만큼 단기적인 테마 경쟁보다 장기적인 투자 철학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며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운용사들의 책임 있는 운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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