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중동 분쟁 중재 나선 중국 이란 전쟁 득인가 실인가 [특파원 리포트]
- 서방·중동과 적극 교류하며 영향력 확대
단기 충격도 낮아, 중장기 여파 최소화 대책 필요
[이명철 이데일리 베이징 특파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한 중동 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번 분쟁은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다. 이중 중국은 미국의 군사작전을 비판하며 평화 협상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전쟁의 직접 당사국이 아니지만 중동과 밀접한 사이기도 하다. 미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중국과 역학 관계도 관심사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란 전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됐을까.
서방·러시아·중동 다 잡는다…中, 국제 리더십 과시
국제 외교 측면에서는 중국이 중동 분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들어 강한 군사작전을 이어오는 가운데 오히려 중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며 대비가 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한 이후에도 중국은 즉각 국제사회에 ‘즉각 휴전, 평화 협상’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냈다. 중국 정부를 비롯해 관영 매체들까지 연일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전쟁 직후부터 이스라엘·이란을 포함해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이집트, 서방측 캐나다·노르웨이·프랑스·네덜란드·영국·독일 외교 수장들과 연달아 통화해 중동 문제를 논의했다.
전쟁 초기였던 지난 3월 8일엔 자이쥔 중동문제특사를 중동 지역에 보내 직접 면담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란 전쟁 중재국인 파키스탄과는 ‘평화·안정을 위한 5개항’을 발표하며 문제를 주도하려 노력 중이다. 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4월 7일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중국·러시아 반대로 부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그린란드 병합 주장 등으로 국제사회 신뢰를 잃은 가운데 중국은 적극적인 외교로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은 연초부터 프랑스·영국·캐나다·독일 정상들이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등 서방측과도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이 세계 정세에서 더 두드러진 역할을 추진하는 사례라고 지목했다. 워싱턴 스팀슨센터의 쑨윈 선임연구원은 “이란과 전쟁을 지역 내외 모든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중국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리더십과 외교적 주도성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목표는 결국 미국과의 관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을 이유로 중국 방문 시기를 당초 3월 말에서 5월로 연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현안은 관세, 수출·투자 같은 경제무역과 대만 문제 등 산적했는데 중국 입장에선 현안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우호국인 이란을 직접 공습하면서 난처한 터였다. 전쟁을 끝맺지 못한 채 트럼프 대통령을 베이징에서 맞이하면 이란을 비롯한 중국 우호국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적된 경제 타격 불가피, 시진핑 “新에너지” 주문도
경제 분야는 단기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았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전체 석유 수입량 24%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중국이 수입하기 때문에 이번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미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은 정부 비축유가 많고 국영 정유사 중심 공급 체계가 있어 큰 충격은 없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월 말 기준 중국의 원유 재고가 약 110일 소비 수준에 해당할 것으로 파악했다. 이란 전쟁이 일어난 지 50일 가량 됐으니 아직 원유 고갈 사태까진 없다는 관측이다.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우호국 중심으로 제한적 통행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또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양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중동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과 달리 석유 수입선 다변화가 상대적으로 잘 이뤄진 편이다.
전쟁 향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금융시장과 달리 중국의 국채·외환·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3월 한달간 6.5%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9.1%나 떨어졌다. 상하이지수는 하루 낙폭이 3.63%(3월 23일)에 그쳤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하루 12.06%(3월 4일) 급락할 만큼 변동세가 극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채가 글로벌 금리 상승과 시장 변동성 확대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면서 “자본통제와 국내 투자자 기반 등에 힘입어 대외 충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도 영향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중국 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올해 들어 6차례 조정(인상)했다. 당국이 가격 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나 중국 내에서도 주유비를 비롯해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 조짐이 이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6일 “신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가속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이란 전쟁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석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개선하는 등 신에너지로 전환을 서두르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란을 둘러싼 중동 분쟁이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은 낮은 만큼 중국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해 중국 주요 거시경제 전문가들과 수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 리스크가 반복될 것으로 봤다.
한은 측은 “중국 정부는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전략비축유 활용 등을 통해 에너지 공급 리스크를 완화하는 한편 내부적인 에너지 조달 및 운송 대응 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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