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13년 만에 최대 찍은 법원 경매…강남 건물주도 못 버텼다
- 1분기 신규 경매 신청 3만건 돌파
상가·빌라·공장까지 전방위 확산
“일부 인기 아파트만 살아남는 초양극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금리와 경기 침체의 후폭풍이 결국 법원 경매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주택은 물론 상가·공장·수익형 부동산까지 경매 물건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유동성 위축과 자금 압박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2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 법원에 신규로 접수된 경매 신청 건수는 총 3만5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분기(3만939건) 이후 동기 기준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경매 신청 건수는 채권자가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 부동산 처분을 법원에 요청한 신규 물건 수를 의미한다.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경매 진행 건수’보다 현재 경기 상황과 시장 유동성 악화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평가된다.
실제 최근 몇 년간 경매 시장은 빠르게 악화되는 흐름이다. 전국 신규 경매 물건은 2023년 10만1145건으로 2014년 이후 처음 10만건을 넘어선 데 이어, 2024년에는 11만9312건, 지난해에는 12만1261건까지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2만4252건)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경기 둔화와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시차를 두고 경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빌라·상가·꼬마빌딩까지 '흔들'
경매 증가세는 특정 자산군에 국한되지 않고 부동산 전 영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주거시설 경매가 급증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총 10만8742건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 전인 2021년(4만8280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1월부터 4월 말까지 전국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이미 4만2195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3만2132건)을 1만건 이상 웃돌았다.
특히 비아파트 시장 충격이 두드러진다. 전세사기 여파와 임대사업자 보증 축소, 대출 규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빌라·다세대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4월 기준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총 1만2426건으로 2006년 12월 이후 약 19년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 물건이 8973건으로 전체의 72.2%를 차지했다. 반면 아파트는 3453건으로 비중이 27.8%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서울 핵심지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낙찰가율과 경쟁률이 유지되는 반면, 비아파트와 지방 부동산은 유동성 위축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업·업무시설 상황도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상가 공실이 늘고 임대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지난해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총 7만92건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올해 4월에는 월 기준 8252건까지 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상가 경매는 낙찰률이 10~20% 수준에 머물면서 유찰 물건이 계속 누적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상가 경매 증가세가 자영업 폐업 확대와 주요 상권 공실 증가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대형 테마상가 중심이던 경매 물건이 최근에는 강남권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꼬마빌딩은 지난해 감정가 97억여원으로 경매에 나왔지만 두 차례 유찰되며 최저 입찰가가 62억원대까지 하락했다. 신사동의 한 건물 역시 감정가 445억원에서 두 차례 유찰되며 다음 입찰은 감정가의 64% 수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공장 등 산업용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전국 공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222건으로 역대 최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실물 경기 회복 모멘텀도 제한적이어서 당분간 경매 물건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도 대응에 나섰다. 전국 법원은 늘어난 경매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올해 경매계를 지난해보다 약 100개 늘어난 413개까지 확대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실물 경기 회복 신호도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 경매 물건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부 핵심 지역 아파트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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