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젠슨 황은 왜 PC방에서 NC·크래프톤을 만났나[서대문 오락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가죽 재킷을 입은 ‘AI 거물’이 한국의 PC방 골목을 누볐습니다. 방한 사흘째를 맞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과의 연쇄 회동에 이어 발걸음을 옮긴 곳은 뜻밖에도 서울의 PC방이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김택진 엔씨 대표와 연이어 ‘PC방 회동’을 가졌습니다.
전 세계 AI 패권을 쥐고 흔드는 엔비디아의 수장이 왜 한국의 게임사들을 이토록 집중적으로 만나고 있는 걸까요. 단순히 그래픽카드를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 아닙니다. 게임은 엔비디아의 ‘뿌리’이자, 젠슨 황이 조준하고 있는 차세대 영토인 ‘피지컬 AI’의 가장 완벽한 전초기지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피지컬 AI’입니다.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물체를 잡고 걷고 장애물을 피하려면 수억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학습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로봇을 매번 넘어뜨리며 하드웨어를 파손하고 훈련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한국 게임사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3D 가상 환경 구축 역량과 물리 엔진 기술이 빛을 발합니다. 게임 속 가상 세계는 중력, 바람의 저항, 물체의 충돌 등 현실의 물리 법칙이 정교하게 구현된 ‘디지털 트윈’ 그 자체입니다. 로봇이 현실로 나오기 전, 게임 엔진이 만든 가상 공간에서 안전하고 빠르게 수천만 번의 가상 훈련을 미리 마칠 수 있는 셈입니다.
현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다수의 이용자와 물체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게임 기술은 피지컬 AI를 학습시키는 최고의 교과서입니다. 젠슨 황이 K-게임사들을 찾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이미 엔비디아와 손잡고 게임 AI의 진화를 증명한 바 있습니다. CES 2025에서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의 ‘ACE’(Avatar Cloud Engine)를 기반으로 한 CPC(Co-Playable Character, 함께 플레이하는 AI 캐릭터)를 공개해 글로벌 시장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단순한 NPC를 넘어 이용자와 교감하고 협동 플레이를 펼치는 AI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시선은 이제 게임 속 캐릭터를 넘어 현실 세계의 로봇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은 올해 초 미국에 피지컬 AI 전문 법인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작법인(JV)을 추진하는 등 로보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울러 크래프톤은 이강욱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의 주도로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엔비디아의 최신 ‘B300’ 기반 GPU 클러스터를 구축 중입니다.
장병규 의장과 젠슨 황 CEO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AI 기술 협력을 더욱 가속화하기로 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인조이 등 크래프톤 주요 타이틀의 RTX 스파크 플랫폼 최적화를 위한 기술 협력을 이어가는 한편,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씨 역시 엔비디아가 탐낼 만한 독보적인 AI 기술력을 축적해온 숨은 강자입니다. 엔씨는 이미 2023년 국산 게임사 최초로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인 ‘바르코(VARCO)’를 공개했고, 이후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AI인 ‘바르코 비전’ 계열 모델까지 성공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거물들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2019년 방한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엔씨의 AI 기술 연구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김택진 대표를 직접 찾은 바 있습니다.
엔씨는 이제 이 원천 AI 기술을 로봇의 '뇌'로 이식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NC AI'를 앞세워 현대로템과 국방 R&D를 진행 중이며, 포스코DX와는 산업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공동 개발하며 제조 현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PC방 행사에서 소개된 엔씨의 신작 ‘아이온2’는 엔비디아의 최신 기술인 'DLSS 프레임 생성'과 '엔비디아 리플렉스' 기능을 적용해 강력한 그래픽 파트너십을 과시했습니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20년 넘게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엔비디아 젠슨 황과 국내에서 함께 게이머를 만나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엔비디아와 엔씨의 신작 개발 및 AI 연구 관련 협력을 이어 나갈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게임스컴에서 ‘신더시티’를 RTX 플래그십 타이틀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신더시티’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RTX 그래픽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입니다. 엔씨는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도 유일한 게임 시연사로 참여하며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했습니다.
양사는 향후 피지컬 AI(Physical AI)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전망입니다. 실시간 시뮬레이션, 정교한 물리 기반 컴퓨팅, AI 기반 인터랙션 기술 등 양사 협력을 통해 게임플레이 경험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은 엔비디아를 오늘날 전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으로 키워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은 그 게임 문화와 기술을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시켜 온 핵심 실험장입니다.
젠슨 황 CEO가 이번 방한에서 굳이 PC방을 찾아 게이머들과 소통하고, K-게임의 수장들과 머리를 맞댄 것은 단순한 친목 도모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가상 세계(게임)에서 검증된 AI 시뮬레이션 기술을 현실 세계(로봇·물리 AI)로 확장하려는 엔비디아의 거대한 마스터플랜 속에서, 한국 게임사들은 단순한 콘텐츠 공급자가 아닌 ‘차세대 AI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시작된 이들의 기술 동맹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생닭 버무린 손으로 키보드를?... 조회수 1715만 터진 뇌절 요리사 [김지혜의 ★튜브]](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25/isp20260525000055.400.0.png)
![[단독] ‘제2의 곽튜브’ 꿈꾸는 이자반 “전 여자친구와 이별로 유튜브 시작… 반지하서 성공 일기 쓸 것” [IS인터뷰]](https://isp.edailystatic.com/data/isp/image/2026/05/11/isp20260511000046.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李대통령,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깊은 유감"…진상조사 지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IS 잠실] 잠실구장 마운드에 선 젠슨 황 "치맥이 최고, GO 코리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네이버 출신' 한성숙, 이재명 정부 2기 '키' 잡는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시총 5조 코스닥 상장사, 1000억 세금폭탄 맞고도 쉬쉬[only 이데일리]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파로스아이바이오, 일라이릴리 '튠랩' 전격 합류…엔비디아 AI 플랫폼 쓴다[only 이데일리]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