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칠성·호텔 실적 견인…케미칼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
신동빈표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바이오·반도체 소재 신사업도 순항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유통·식품·호텔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더해 부진했던 화학과 건설 사업까지 반등에 성공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주력 사업군 실적 개선
롯데그룹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8조6000억원, 영업이익 78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1% 늘었다.
실적 개선은 ▲유통 ▲식품 ▲화학 ▲호텔 등 주력 사업군이 견인했다. 롯데쇼핑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백화점을 중심으로 국내외 주력 점포의 견고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25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한 실적이다. 롯데홈쇼핑은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8.6% 증가했고, 롯데컬처웍스는 흥행 콘텐츠 효과에 힘입어 흑자 전환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에너지·스포츠음료와 함께 리뉴얼한 ‘새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47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웰푸드와 호텔롯데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358억, 83% 신장한 745억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업황 악화 등으로 부진하던 건설·케미칼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26% 늘어난 504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스프레드 개선 및 긍정적 래깅(시차) 효과, 공장 운영 최적화 등으로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PEST 관점 경영’이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5년, 10년 뒤 경영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현재와 3년 뒤 해야 할 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올해도 신년사와 상반기 VCM에서 PEST(정치·경제·사회·기술) 관점에서 사업 전략과 경쟁력을 재점검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PEST 관점 경영은 ▲정치(Political) ▲경제(Economic) ▲사회(Social) ▲기술(Technological) 변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경영 전략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주문에 따라 거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요 사업 전략에 PEST 관점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고도화·신사업 육성 속도
롯데그룹은 비주력 자산 매각과 신성장 동력 배치를 골자로 하는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처링(개조)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LCPL) ▲레조낙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롯데슈퍼 여의점과 롯데건설 퇴계원 부지 등 저효율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도 롯데렌탈 지분 매각과 케미칼 자회사 지분 활용 그리고 대산·여수공장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바이오 ▲전지·반도체 소재 ▲수소 등 신사업 육성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2만리터 생산 규모의 송도 1공장을 준공해 2027년 상반기 상업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23년 미국 바이오기업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인수한 시러큐스 공장은 항체부터 항체·약물 접합체(ADC)까지 생산 가능한 통합 위탁개발생산(CDMO) 허브로 운영될 예정이다. 송도 공장은 대규모 상업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게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목표다. 회사는 두 생산 거점을 연계한 ‘듀얼 사이트’ 전략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대에 맞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중이다. 최근 자회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AI 데이터센터용 회로박 ▲반도체용 초극박 ▲ESS용 전지박 ▲전기차(EV) 배터리용 전지박 등 4대 고부가 제품군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익산공장은 고부가 회로박 중심으로 전환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은 전지박 통합 생산기지로 재편해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롯데정밀화학은 반도체 현상액 핵심 원료인 테트라메틸암모늄 클로라이드(TMAC)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테트라메틸암모늄 히드록사이드(TMAH)를 생산하는 한덕화학과의 시너지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TMAC 생산부터 고부가 반도체 현상액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해 반도체 소재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정밀화학 기반의 암모니아·수소 사업도 확대 중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울산항을 통해 그린 암모니아를 도입해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선박 연료 공급(벙커링) 상업화에 성공했다. 롯데그룹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선박 연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 최대 규모 암모니아 터미널 인프라를 기반으로 청정 암모니아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일시적 비용 절감이 아니라 거버넌스 체계 전면 개편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거시 환경 예측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맞물린 결과”라며 “향후 비주력 자산 매각의 매끄러운 진행과 핵심 신사업의 안정적인 안착 여부가 장기적인 기업가치 평가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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