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늦은 만큼 질문 더 받은 젠슨 황 "한국은 반도체 '월드 클래스'"
- 한국 제조·AI 역량 극찬
"AI 분야 세계적 기여국"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월드 클래스(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과 인공지능(AI), 과학, 수학의 깊이가 매우 깊어, 전 세계 AI 분야를 선도하는 핵심 기여국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시장을 리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AI 역량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SK그룹과 엔비디아의 전방위 AI 동맹을 발표하는 이번 브리핑은 당초 8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1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정시에 맞춰 현장에 도착해, 문 앞에서 담소를 나누며 젠슨 황 CEO를 기다렸다.
이날 브리핑이 열린 서울 종로 SK 서린사옥 1층 로비 인포데스크 위 대형 스크린에는 젠슨 황 CEO를 환영하는 문구가 선명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은 물론, 글로벌 AI 거물을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몰려든 SK 직원들로 로비는 시작 전부터 시끌벅적한 열기로 가득했다.
약속된 시간보다 약 15분 늦게 도착한 젠슨 황 CEO는 특유의 밝은 얼굴로 입장해 순식간에 로비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가 지나간 직후 곳곳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서로 보여주며 "사진 제대로 찍었느냐"고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9시 정각이 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가 로비로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젠슨 황 CEO는 손을 흔들며 연신 '굿모닝'을 외쳤다. 최태원 회장을 향한 하나의 질문을 제외하고는 질의응답 전 과정이 모두 영어로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젠슨 황의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젠슨!"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후 약속된 시간이 다 됐다는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도 젠슨 황 CEO는 "좋은 질문이 많다"며 서너 개의 질문을 더 소화했다. 공식 브리핑이 모두 끝난 뒤에는 퇴장하는 길목에서 대기하던 사람들과 짧은 악수를 나누는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칩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전방위 협력
이날 브리핑에서 젠슨 황 CEO는 SK그룹과 함께 그릴 전방위적인 '풀스택'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제조업의 미래는 결국 깊은 과학과 고도화된 AI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SK텔레콤과 엔비디아는 한국에 AI 특화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젠슨 황 CEO는 "AI 팩토리는 한국의 대학과 과학 연구소는 물론, 스타트업과 산업 생태계 자체에 필수적인 인프라"라며 "앞으로 한국은 전기나 물, 인터넷처럼 AI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는 통신 네트워크의 미래 역시 단순한 정보(비트) 전달을 넘어 AI 클라우드의 근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어 젠슨 황 CEO는 "우리는 현재 전 세계 AI 인프라 구축의 극초기 단계에 서 있으며, 앞으로 10년 혹은 그 이상 인프라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프론티어 AI 진영뿐만 아니라 바이오·물리학·양자·통신·로보틱스 등 각 산업 영역에 특화된 AI가 쏟아질 것이며, 이들 모두가 강력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인프라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최대 파트너"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인 SK하이닉스와의 독점적인 파트너십에 대한 송곳 질문도 나왔다. SK하이닉스가 경쟁사 대비 더 많은 물량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젠슨 황 CEO는 향후 엔비디아의 압도적인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당장 내년 한 해에만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과 '그레이스 블랙웰' 등으로 무려 1조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며 "그 거대한 매출 규모 안에는 엄청난 양의 칩과 메모리, 웨이퍼, 패키징 물량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였고, 앞으로도 가장 강력한 메모리 파트너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양사의 파트너십은 다중 플랫폼과 다중 기술을 아우르며, 단순히 AI 팩토리를 넘어 로보틱스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전반으로 다각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주가 우려와 관련해서는 "AI의 미래는 밝다"며 "주식 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오히려 주식을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이니 기뻐해야 한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함께 자리를 지킨 최태원 회장 역시 두 회사가 공유하고 있는 미래 인프라 로드맵을 명확히 고수했다. 최태원 회장은 "양사가 다져온 견고한 우정은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배경이 될 것이며, 현재는 한국 인프라 구축에 첫 번째로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가격 및 생태계 안정성과 관련해 "AI 시대의 시작점에서 에너지 부족이나 전쟁 등 다양한 결핍과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전 세계의 수많은 신규 진입자와 파트너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 AI 생태계를 훨씬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데 책임감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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