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도 못 받는다” 5대은행 ‘깡통대출’ 5조6000억원
- [생산적 금융의 역설]②
무수익여신 비중 0.27%→0.30% 확대
고금리·내수부진에 취약차주 상환능력 약화 우려
건전성 갉아먹는 ‘무수익여신’ 늘어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무수익여신 규모는 5조60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조72억원과 비교하면 12%증가했다. 5대은행의 전체 여신이 지난해 말 1832조8182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860조6860억원으로 1.5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무수익여신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
무수익여신 규모뿐 아니라 비중도 확대됐다. 전체 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0.27%에서 올해 3월 말 0.30%로 상승했다. 대출 규모 증가보다 부실 자산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는 의미다.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은 90일 이상 연체되거나 부도·법정관리 등으로 이자 수취가 사실상 불가능한 대출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상태의 여신으로, 향후 부실채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무수익여신 증가는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에 동시에 부담을 준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얻지만, 무수익여신으로 분류되면 해당 여신에서 이자를 정상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대출 자산은 남아 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무수익여신이 증가하면 향후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은행의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수익여신이 실제 부실채권으로 전이될 경우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와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연체율도 상승세…부실 위험 커져
최근 무수익여신 증가 배경으로는 내수 부진과 자영업 경기 악화가 꼽힌다. 은행들이 기업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포인트(p) 상승했다.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상승폭이 더 컸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지난해 3월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1%로 같은 기간 0.76%에서 0.05%포인트 올랐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의 충격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권에서는 무수익여신 증가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기 둔화의 후행 지표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수익여신은 통상 연체가 장기화된 이후 집계되는 만큼 향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추가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적 금융’ 확대 속 커지는 딜레마
정부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은행들 역시 이에 발맞춰 기업대출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2분기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가계 주택담보대출 태도지수는 -8로 강화됐지만 대기업 대출 태도지수는 +3을 기록했다. 한은 대출행태서베이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로, 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을 조이고 플러스(+)면 완화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업대출 확대와 함께 건전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적으로는 생산적 금융 확대가 요구되지만 현장에서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실제 은행들도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들이 전망한 올해 2분기 기업 신용위험지수는 ▲대기업 25 ▲중소기업 36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6포인트, 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확대 과정에서 차주의 상환능력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변수다.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고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할 경우 무수익여신 규모 역시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이 향후 은행권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외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저신용 가계 차주와 경기 민감 업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개인사업자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자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포용금융 증대에 따른 부실여신 증대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은행들은 사전 신용도 점검을 통한 자산 리밸런싱과 부실채권 매각 등 사후관리를 병행하며 무수익여신과 부실채권 비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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