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전통 금융 잣대로 규제 우려”… 송병준 벤처협회장, 코스닥 개편 ‘신중한 재검토’ 촉구
정부와 금융당국의 코스닥 및 자본시장 체질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벤처업계가 획일적인 정량 규제 위주의 개편 속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긴급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15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3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혁신벤처 생태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자본시장 정책제안서’를 전격 발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활성화는 지난 20여 년간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던 벤처생태계의 오랜 과제로, 분명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신 현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포문을 열었다. 다만 송 회장은 “지난해 제안한 '코스닥 3000 시대'는 1년이 지난 지금도 근본적 변화가 체감되지 않고, 오히려 코스피·코스닥 간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지수는 올랐지만 모두가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날카롭게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향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일부 세부 정책은 벤처·스타트업의 특성을 담지 못한 채 전통 금융의 관리·통제 시각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고 강력히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송 회장은 "금융당국이 제도 설계를 신중히 재검토하고, '생산적 금융' 실현을 위해 양측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신속히 가동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실제 업계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26년 4월 말 기준 코스닥 상장기업 중 벤처이력기업은 1274개사로 전체의 79.5%에 달하며,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516조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의 81.1%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최근 4개년 신규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89.8%가 벤처기업일 만큼 이들이 시장의 역동성을 지탱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 및 벤처캐피탈 업계 전반에서는 좀비기업 장기 존속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흐름에 공감하면서도, 미국 나스닥과 같이 모험자본 유입을 지속 유도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밸류업 규제가 초기 기술 기업의 자금줄을 옥죄는 역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전통 금융의 관리 시각에 치우친 과도한 규제는 코스닥 시장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송 회장과 벤처업계는 향후 추진될 법령·규정 개편 과정에서 벤처기업의 성장 경로와 자금 조달 현실이 충분히 고려된 제도 설계가 이루어지기를 요구하며 업계와 함께 소통할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벤처업계는 올해 하반기 예정된 법령 및 규정 개정 시 반영해야 할 5대 핵심 요구 과제를 공식 제기했다.
우선 인위적인 프리미엄과 스탠다드 시장 서열화는 하위 기업에 대한 비우량 낙인효과와 유동성 경색을 유발하므로 시행을 유예하고 서열적 명칭을 전면 폐지하는 등 코스닥 세그먼트 분리 방향을 원점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와 무관한 전략적 M&A나 신사업 스핀오프 목적의 자회사 상장까지 획일적으로 막을 경우 벤처 스케일업과 모험자본의 투자 회수 생태계가 마비될 수 있으므로 중복상장 금지에 대한 명확한 예외 기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는 2027년 1월 예정된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의 상장폐지 요건 적용을 유예하고, 단순 시장지표가 아닌 매출 성장성과 기술 마일스톤을 종합 고려하는 벤처기업 전용 복합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시장 제도개편은 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유치, 상장전략, 회수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중기부 등 정부부처, 벤처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정책협의체를 구축해 사전 의견수렴과 업계 영향평가를 정례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검증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기술특례상장의 본질은 이익이 본격화되기 전의 기술기업에도 자본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평가기관별 기준 편차를 줄이고 업종별 평가 가이드라인과 표준 실사 범위를 마련해 투자자 보호와 혁신기업 자금조달 간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한편, 업계는 지난 2026년 3월 시행된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사주 일률 소각은 벤처기업의 임직원 스톡옵션 보상이나 투자유치, 지분구조 조정 등 경영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므로, 공동창업자 이탈 등 경영 불확실성 해소 목적이나 우리사주 및 임직원 보상 용도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는 특례 조항이 벤처기업육성법 내에 신설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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