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외국인 물량 다 받아냈는데”…사상 최대 빚투에 커지는 강제청산 공포
- [코스피 3대 변수, 빚투·금리·환율]①
신용거래융자 37조원 돌파·마통 잔액도 42조원 육박
급증하는 반대매매, 월별 기준 ‘1조원’ 돌파 가능성도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서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이를 받아내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신용거래와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순히 빚투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강제청산을 의미하는 반대매매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장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131조원 사들인 개인…빚투도 급팽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31조928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역대 최대 규모의 매도가 나온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131조9289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물량을 대부분 받아낸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6월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2조4815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27조3418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일부 물량을 흡수했지만 사실상 개인 자금이 시장의 주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증시 급등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상법 개정 효과 등이 맞물리며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과정에서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문제는 이 자금 중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금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7조80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7조2864억원과 비교하면 약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올해 초 증시 상승과 함께 신용융자 잔액이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레버리지 투자 방식이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손실도 배가된다.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신용잔고 총액보다도 빚투의 질적 변화다. 과거에는 신용융자가 늘더라도 투자자들이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실제 강제청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월 2143억원 수준이던 반대매매 금액은 ▲2월 2295억원 ▲3월 5508억원 ▲4월 7077억원으로 확대됐다.
6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달 17일까지 누적 반대매매 금액은 이미 6946억원에 달했다.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대매매 여전히 크게 발생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변동성이 더 심화하면 월간 기준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6월 5~9일 동안 연속으로 하루 반대매매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에는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고위험 자금 비중 확대로 충격 커질 수도”
실제로 최근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하루에 8% 넘게 급락하는가 하면 다음 거래일에는 다시 급반등하는 등 극단적인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변동성 확대는 신용거래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증권사 신용융자뿐 아니라 은행권 대출 역시 투자 자금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4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마이너스통장은 용도를 제한하기 어려운 특성상 주식 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해당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단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오히려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일명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익을 얻지 못하는 사례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빚투 규모 자체보다도 과도한 레버리지와 단기 투기성 자금 유입이 시장 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올라선 상황에서 작은 악재에도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지수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가 개인 투자자 자금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최근에는 신용융자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자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충격 역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세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레버리지를 확대하기보다는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세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레버리지를 확대하기보다는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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