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PB 갑질’ 쿠팡, 제재 대신 30억 규모 상생안 시행
- PB 상품 공급 단가 인하 혐의 동의의결안 확정
예상 과징금 3~5배 규모…“시정안 적절하다고 판단”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 공급 단가 인하 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3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수용했다. 쿠팡은 제재를 받는 대신 수급업자의 상품 개발과 광고 등 관련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의 PB 상품 제조 위탁·판매 사업을 승계받은 CPLB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의 조사 대상 기업이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로, 민·형사 사건의 ‘합의’와 유사하다.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아 과징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CLB의 법 위반 혐의는 크게 2가지다. 쿠팡·CLB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PB 상품을 만들면서 314개 하도급업체에 법정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기명날인이 되지 않은 서면을 교부한 행위(서면 발급 의무 위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원청이 하도급업체에 제조를 위탁할 때 계약의 내용 등이 담힌 서면을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한 하도급법 3조 위반 혐의다.
쿠팡·CLB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94개 하도급업체에 약속하지 않은 PB 상품 판촉 행사를 하면서 공급 단가를 인하한 혐의(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도 받는다. 하도급법 4조는 원청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금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쿠팡은 작년 3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에게 두 차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동의의결안을 작성했다.
동의의결안에 따르면 쿠팡·CLB는 앞으로 하도급업체가 발주 사항을 확인하고 발주서에 기명날인이 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 PB 상품을 출시하기 전 하도급업체와 협의해서 ‘최소 생산요청수량’을 결정하고 상품별 부속합의서에 명문화한다.
최소 생산요청수량은 하도급업체가 생산 시설을 설치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데 쓴 비용을 회수하고 적정 이윤을 남기기 위한 최소한의 물량을 뜻한다.
부속합의서에 발주 요청부터 상품 판매 개시일까지 걸리는 기간인 ‘리드타임’도 포함한다. PB 판촉 행사를 실시할 때는 하도급업체와 판촉 비용 분담 비율을 사전에 정한다. 하도급업체는 판촉 비용의 최대 50%만 부담한다.
최종 동의의결안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수급업자 권익 증진 상생 방안도 담겼다. 공정위 제재 시 예상되는 과징금(6억~11억원)의 3~5배 수준이다.
쿠팡·CLB는 ▲상품 개발·납품 관련 비용 지원 10억5000만원 ▲온라인 광고 판촉행사 10억원 ▲오프라인 홍보 지원 4억5000만원 ▲우수 하도급업체 선정해 상금 지급 1억원 ▲하도급업체 컨설팅 서비스 제공·해외 시장 판로 개척 4억원 등 총 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 관련으로 동의의결이 확정된 것은 지난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래 질서 개선과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고려해 쿠팡·CLB가 제시한 시정 방안이 하도급 거래 질서를 개선하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쿠팡 측이 이번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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