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K핀테크 ‘넥스트 동남아’는…금감원이 ‘독일’을 찍은 이유
- [K핀테크 해외진출 2막]②
EU 패스포팅’으로 유럽 전역 진출 가능
금융기술 수출 노리는 K핀테크, 독일을 주목하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11일 독일무역투자진흥처(GTAI)와 함께 국내 핀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핀테크 유럽 진출 지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해외 진출 지원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길을 끄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설명회가 아닌 K핀테크 해외 진출 전략이 동남아 중심 구조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의 핀테크 해외 진출 지원은 2015년 ‘차이나 데모데이’에서 시작해 이후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지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최근 들어서는 독일과 리투아니아 등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진출 거점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독일은 목적지가 아닌 ‘EU 관문’
금감원 세미나에 참석한 핀테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서는 독일 투자청과 함부르크 투자청 관계자가 자국 진출 시 받을 수 있는 지원이나 혜택 등을 소개했다. 또 해외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K핀테크 모인(MOIN) 측에서 해외 진출 과정에서 필요한 실무 팁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유럽 진출에 관심이 있는 핀테크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면서 “직접적으로 바이어 매칭 등의 내용이 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K핀테크의 신 해외 진출 거점으로 독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유럽 최대 경제권 가운데 하나여서가 아니라 유럽 전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른바 ‘유럽연합(EU) 패스포팅’(Passporting) 제도다. 독일에서 사업 기반과 인허가를 확보하면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 등 다른 EU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한 유럽 핀테크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 한 나라만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구조가 아니라 약 4억5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EU 단일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EU는 금융·디지털 분야에서도 규제 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오픈뱅킹 제도인 PSD2(Payment Services Directive 2)를 통해 은행 데이터를 외부 사업자와 공유하는 체계를 마련했으며, 가상자산 규제 체계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인공지능 규제인 AI Act, 개인정보보호 규정인 GDPR 등을 잇달아 도입했다. 국가별로 제도가 제각각인 시장이 아니라 공통된 규칙 아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국가마다 규제와 시장 환경이 달라 사실상 매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구조”라며 “반면 유럽은 독일 등 한 국가를 거점으로 삼아 EU 전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독일과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유럽 진출 교두보 마련에 나섰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은행감독 협력 강화를 논의했으며, 리투아니아 중앙은행과는 금융혁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핀테크 모인, BC카드, 신한금융지주 등이 참여한 핀테크 라운드테이블도 열렸다.
핀테크 강국 된 독일...韓 기술금융 수출 노려라
독일은 원래 은행 위주의 전통 금융시장이 강한 국가였지만 최근 핀테크 업체들을 중심으로 금융 경쟁력을 크게 키우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핀테크 강자들로 꼽힌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영국이 핀테크 중심지 역할을 해왔고 독일과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최근 독일은 핀테크와 기술금융 육성을 통해 금융산업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GTAI에 따르면 독일 핀테크 산업 매출은 2023년 기준 약 29억달러로 유럽 2위를 기록했다. 2024년 핀테크 투자유치 규모 역시 약 9억달러로 유럽 3위 수준이다. 독일 내 핀테크 기업 수는 700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금감원 세미나에서도 독일의 대규모 시장 규모와 금융산업 성장세, 도시별 특화된 핀테크 생태계가 집중 소개됐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연방은행이 위치한 유럽 금융 중심지로 은행·자산운용·금융보안 분야가 강점이다.
또 독일 최대 스타트업 허브로 평가받는 베를린은 디지털은행 N26, 온라인 증권 플랫폼 트레이드리퍼블릭(Trade Republic) 등 대표 핀테크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고 뮌헨은 알리안츠(Allianz)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모여 있는 인슈어테크 중심지다. 독일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신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핀테크를 매우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중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K핀테크의 기술금융 인프라를 독일과 리투아니아 측에서 매우 마음에 들어한다고 들었다”며 “서로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독일을 K핀테크의 주 거점 지역으로 낙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은 과제로 꼽힌다. EU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개인정보·금융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인증과 규제 대응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핀테크 업계는 유럽 시장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동남아가 금융서비스 수출의 무대였다면 유럽은 금융기술 수출의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시장은 K핀테크의 새로운 성장 실험장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실제 K핀테크 중에서 기반기술 기업 비중은 42.8%로 서비스 기업(40.1%)보다 비중이 높다. AI·데이터 분석·인증·보안·금융 소프트웨어 등 기술 기반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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