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후폭풍…“막았어야 했다”는 금감원장, 웃는 증권가
-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금감원장 후회 발언 내놔
거래대금 ETF 시장 34% 집중…증권사·운용사는 수수료 수혜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금융당국 수장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거 몰리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상품 도입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책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책임론의 무게가 투자자 보호와 제도 설계를 담당한 금융당국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상품 출시 전부터 특정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를 사전에 충분히 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회전율 122%…투기성 단기매매 우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부작용이 너무 커져 고민이 많은 상태”라며 “최근 금감원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지만 쿨링다운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도 도입 당시)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어떻게든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고 후회도 많이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특정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후회를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우려는 상장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중심의 쏠림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두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고위험 상품이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려는 상품 출시 직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상장 당시와 비교해 약 3배 증가한 12조3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대규모 자금이 몰린 셈이다. 거래대금 집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6월 23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전체 ETF 시장 거래대금의 약 34%를 차지했다. ETF 시장 거래의 3분의 1 이상이 일부 상품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회전율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관련 상품의 일평균 매매회전율은 약 122%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 주식 회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국내 일반 레버리지·인버스 ETF 평균 회전율인 30% 수준과 비교해도 4배 가까이 높다. 특히 이 ETF의 회전율은 200%에 육박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단기 매매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이 상품의 가장 큰 수혜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집중될수록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추정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10조원 규모 수수료 수익 추정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상장 이후 현재까지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약 5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 수장의 이번 발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신용거래와 미수거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상품 자체에 레버리지 구조가 내재돼 있는 만큼 이중 레버리지 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빚투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레버리지 허용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자 진입 요건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예치하고 금융투자협회의 2시간 사전교육을 이수하면 거래가 가능하다”며 “투자자들의 과도한 단기매매와 손실 사례가 잇따르면서 예탁금 상향이나 교육 강화 등의 추가 규제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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