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WSJ "삼성·SK하이닉스 비중 60%…한국 증시 AI 반도체 의존 심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합산 비중이 2년 전 약 40%에서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인 60%까지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두 기업으로 투자금이 집중되면서 코스피 역시 올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올해 나란히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약 세 배, SK하이닉스는 약 네 배 뛰며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이 두 종목으로 쏠리면서 상승과 하락 모두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달 23일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 여파로 10% 급락한 뒤 이틀간 반등했지만, 26일 다시 5.8% 하락했다. 이어 29일 장 초반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 이상 밀리면서 코스피도 장중 3% 넘게 하락하는 등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이 지수를 좌우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WSJ은 이러한 편중 현상이 글로벌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나스닥에서 시가총액 1·2위인 엔비디아와 애플의 비중은 약 20% 수준이며,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에서도 주요 반도체 기업과 토요타의 합산 비중은 10%를 밑돈다. 반면 코스피는 두 종목의 주가 변화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대거 몰린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의 마진콜이 발생하고, 투자자가 추가 담보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어져 하락 폭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분산투자 규정도 변수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비중이 지금보다 1%포인트만 더 높아져도 일부 미국 펀드가 투자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한국 주식을 약 20억 달러어치 줄여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분산투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경우 주가 하락이 추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변동성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줄리어스베어에 따르면 MSCI 한국지수의 하루 등락률이 5%를 넘은 날은 올해 전체 거래일의 5분의 1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준이 0.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마티외 라셰터 줄리어스베어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에 집중될수록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도 과열 진정에 나섰다. 거래소는 최근 급격한 변동성으로 올해 들어 다섯 차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간 옵션 출시도 연기했다. WSJ은 "글로벌 AI 투자 열기가 둔화할 경우 AI 반도체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국 증시는 다른 주요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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