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삼성전자, '5억 사내대출' 국민평형 이하로 제한…집값 자극 논란 의식
- 금융당국 규제 기조 반영…DSR 적용 안 받는 '사내대출' 제도 손질
성과급·사내대출 결합한 부동산 자금 유입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삼성전자가 무주택 임직원에게 최대 5억원을 연 1.5% 금리로 지원하는 사내 주택자금 대출의 대상 주택을 수도권과 광역시 기준 전용면적 85㎡(국민평형)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저금리·고액 대출이 정부의 대출 규제를 우회해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논란이 커지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원 대상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주거안정 지원 대출 대상 주택을 수도권과 전국 6개 광역시 기준 전용 85㎡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와 세부 조율을 마쳤다. 회사는 관련 절차를 거쳐 이달 중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임금·단체협약 과정에서 무주택 직원에게 최대 5억원을 연 1.5% 금리로 빌려주는 사내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도입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당시에는 지원 금액과 대상, 시행 방식 등 세부 기준은 회사가 정하도록 했다.
이번 조정으로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국민평형을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회사는 면적 제한을 두는 대신 기존 직급별 차등 대출 한도를 없애고 모든 대상 직원에게 최대 5억원까지 동일하게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제도를 먼저 도입한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노조 조합원 투표를 거쳐 수도권과 광역시 전용 85㎡ 이하 주택에 한해 사내 대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 계열사 전반에서 주택 규모 제한이 사실상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원 범위를 조정한 것은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내대출, DSR 규제 밖…시장 왜곡 논란
사내 주택자금 대출은 일반 금융회사 대출이 아닌 기업 복지 성격의 대여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정부가 고가주택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직원들이 별도의 저금리 자금을 활용할 경우 시장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급할 대규모 성과급과 사내대출이 동시에 시장에 유입될 경우 수도권 일부 지역의 매수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해왔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규모와 사내 대출 한도를 단순 합산하면 향후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실제 대출이 모두 실행되는 것은 아니며 무주택자 요건과 대출 심사, 개인별 주택 구입 계획 등에 따라 실제 집행 규모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면적 제한은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제도의 취지는 유지하면서도 고가·대형 주택 매입에 사내대출이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최소화하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전용 85㎡는 국내에서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실수요 주택 규모다. 정부의 각종 주택 정책에서도 공공분양이나 특별공급 기준으로 자주 활용되는 면적이기도 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내 주택자금 대출은 우수 인재 확보와 직원 주거 안정을 위한 복지 제도라는 성격이 강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과 대출 규제 강화 분위기를 고려하면 기업들도 사회적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평형 이하로 제한한 것은 실수요 지원은 유지하면서 시장 왜곡 논란은 줄이려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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