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이재용·최태원 회장이 ‘진짜 영웅’이라는 이재명 대통령님께
- [EDITOR's LETTER]
90도 인사보다 중요한 건 실행…기업 향한 약속, 이제 정부가 지킬 차례
반도체·AI 투자는 속도전…전력·용수·세제·인허가 병목부터 풀어야
정권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국가전략산업 지원, 법과 제도로 못 박아야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의 장면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였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두 사람을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고 불렀습니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대통령이 기업인에게 허리 굽혀 고개를 숙인 장면은 파격이자,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기업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보던 낡은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기업을 국가 생존 전략의 주체로 인정했다는 상징이어서입니다.
하지만 박수와 감사의 인사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대통령님이 두 회장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삼성과 SK가, 이재용, 최태원 회장이 영웅이라면 그 영웅들이 싸울 전장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반도체와 AI 전쟁은 구호로 이길 수 없습니다. 전력, 용수, 부지, 세제, 인재, 인허가, 규제 예측 가능성 중 하나라도 막히면 수백조원의 투자 계획은 종이 위 숫자에 불과합니다.
가장 먼저 챙겨야할 것은 대통령께서도 강조한 '속도'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현정부 뿐 아니라 역대 정부 또한 행정 절차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수없이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처별 협의,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환경·전력·용수 협의가 따로 움직입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원스톱 컨트롤타워를 두겠다는 약속 또한 반드시 지켜서, 부처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관할 관청에서, 그리고 담당자 입에서 "언제까지 검토하겠다"가 아니라 "언제까지 끝내겠다"는 답변이 나와야 합니다.
둘째, 전력과 용수는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은 전기를 먹고 자라는 산업입니다. 전력망이 늦어지면 공장 건설이 늦어지고, 용수가 막히면 투자도 멈춥니다.
송전망 갈등, 주민 민원, 물 공급 문제 등을 기업 스스로 해결하라고 던져 놓아서는 안 됩니다. 국가전략산업이라면 국가가 기반시설을 책임지는 것이 맞습니다.
셋째, 세제와 금융 지원을 정권의 선심이 아니라 제도로 확립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대만, 유럽은 반도체와 AI를 안보산업으로 보고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우리만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혀 머뭇거리면 기업은 결국 해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하되 투명하게, 기준은 명확하게 해서 최소 10년 이상 예측 가능한 세제 및 금융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넷째, 노동정책도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원청 책임 확대, 하도급 구조 개선, 산업안전 강화는 필요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불확실성을 떠안게 해서는 안 됩니다. 법과 제도는 선명해야 하고, 책임의 범위는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다섯째, 지역 투자는 공장만 내려보내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인재가 살 수 있는 주거, 교육, 의료, 교통, 문화 인프라를 같이 조성해야 합니다. 지방대와 연구기관, 협력업체가 기업과
기업이 지방에 투자하겠다고 한 결단을 지역 정치의 전리품으로 소비해서는 안 됩니다.
여섯째, 대통령님이 한 약속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대통령 임기보다 반도체 투자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공장 하나를 짓고, 장비를 들이고, 인력을 키우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법과 제도와 예산입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전략산업 협약, 장기 특별회계, 특별법, 투자 이행 점검 체계를 만들어 대통령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약속이 후퇴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대못을 박아야 합니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진짜 영웅'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들의 결단이 대한민국 산업의 도약으로 이어지도록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약속을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로 못 박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재명 대통령님입니다.
이코노미스트 김정민 편집국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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