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전기차 보험료]①
사고 한 건당 손해액 341만원…센서·배터리 수리비가 보험료 밀어올려
해외는 '운전 데이터 보험' 실험…국내는 제도 장벽 여전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자동차보험 갱신 안내문을 받고 적잖이 놀랐다. 지난해와 운전 조건도, 사고 이력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가 모는 차량은 테슬라 모델Y. 여러 보험사에서 견적을 받아봤지만 예상보다 높은 보험료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차주들의 보험료 고민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충전비와 유지비 절감 효과에 다양한 신차 출시까지 맞물리며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자동차보험료는 여전히 부담으로 꼽힌다.
전기차 늘어나는데…보험료 부담도 커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테슬라 모델Y는 6570대가 신규 등록되며 국내 승용차 월간 등록 1위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통계 기준 지난해 신규 전기차 등록대수는 22만177대로 전년보다 50.1% 증가했고, 누적 등록대수도 90만대에 육박했다. 전기차가 이제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의 보험료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 전기차는 고가의 수리비 때문에 보험사 손해액이 내연기관차 대비 높다.
보험개발원이 2025년 자동차보험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의 사고 1건당 평균 손해액은 341만원으로 내연기관차(196만원)의 약 1.7배에 달했다. 화재·폭발 사고의 평균 손해액도 전기차는 1668만원으로 내연기관차(726만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내연기관차라면 범퍼만 교체하면 끝날 사고도 전기차는 다르다.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다시 보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사고 충격이 차량 하부까지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배터리 진단도 추가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에 이상이 발견되면 교체 비용이 수천만원까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에 전기차 보험 가입자 95% 이상이 배터리 수리 담보에 가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량 구조 자체도 수리비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알루미늄 차체와 기가캐스팅(조립식이 아닌 알루미늄 부품을 한번에 주조하는 방식) 공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일부 부품만 교체하기보다 차체를 통째로 수리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전용 부품과 ▲공식 서비스센터 중심의 수리 체계 ▲소프트웨어 진단 ▲센서 재교정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사고 한 건당 보험금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보험료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가장 큰 이유다.
보험사들도 전기차 확산을 마냥 반기지만은 못하는 분위기다. 사고 한 건당 지급하는 보험금이 늘어나면 손해율 관리 부담이 커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고인데 왜?”…새로운 보험 모델 필요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은 각종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크게 확산하는 추세다. 이들은 ‘무사고인데 보험료가 올랐다’ ‘보험사를 바꿔도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았다’ 등 보험료 관련 여러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무사고여도 내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개인의 사고 이력만으로 보험료가 결정되지 않는 손해보험업계의 보험료 책정 방식과 관계가 있다. 자동차보험은 사고 이력뿐만 아니라 같은 차종에서 발생한 사고 빈도와 평균 손해액 등을 함께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특정 차종의 사고가 늘거나 수리비가 높아지면 해당 차종 운전자 전체의 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늘고 고액 수리비 사례들이 늘면서 보험료가 오른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테슬라 모델들의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이들 모델들의 향후 손해율 추이에 따라 보험료는 또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기존 자동차보험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고 이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사고 위험 자체를 보다 정교하게 예측하는 보험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테슬라의 경우 2019년부터 자체 자동차보험인 ‘테슬라 인슈어런스’를 운영하며 급가속, 급제동, 야간운전, 안전거리 확보 여부 등을 분석한 ‘세이프티 스코어’(Safety Score)를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안전하게 운전하는 고객에게는 기존 보험사보다 최대 20~30%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차량이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주행 데이터를 보험에 활용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다만 국내에서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 현행 보험업법상 자동차 제조사가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하려면 보험회사 인가를 받아야 하고, 차량 주행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과 보험요율 승인 등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나 기아차 처럼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운행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보험사보다 정교하게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데이터 활용 체계와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경우 전기차 보험료가 안정화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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