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사무실 사지 말고 구독하세요”…퍼시스가 던진 ‘오피스 렌탈’ 승부수
- 위기 속 틈새 파고든 퍼시스의 대전환…공간 서비스업 진화 성공할까
시장 인식 확장해 사무가구 B2B 렌탈, ‘고질적 장벽’ 깨고 안착할까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국내 사무가구 1위 퍼시스가 가구 제조·판매를 넘어 ‘오피스 공간 구독 서비스’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퍼시스가 지난 7월 1일 자로 전격 출시한 ‘통합 오피스 구독(렌탈) 서비스’가 시장의 새로운 우회로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공유오피스에 들어가는 대신 일반 빌딩을 임차해 독립 사옥을 쓰되, 목돈이 묶이는 가구와 인테리어를 퍼시스 구독을 통해 ‘월 단위 운영 비용’으로 처리해 공유오피스 수준의 재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오피스 운영을 통째로 외주화해 완벽히 독립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 가구사들에게 ‘공간 구독 서비스업’이라는 거대한 신시장의 문이 열릴지 주목된다.‘소유’에서 ‘운영’으로 우회로 찾다
퍼시스가 모험적인 카드를 던진 배경에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퍼시스는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억3713만원으로 전년 대비 73.3%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고금리와 고환율 장기화로 인해 내수 가구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실적 한파 속에서 퍼시스가 주목한 틈새시장은 바로 사무실 마련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의 ‘재무적 페인 포인트’였다. 고정자산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을 위해 가구를 구매하는 자산이 아닌 ‘운영하는 서비스’로의 전환 전략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오랜 기간 기업 고객들과 함께하며 오피스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에 주목했다”며 “실제 고객들을 만나보면 비용 자체보다도 조직 변화에 따라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추가·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구매 방식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고민이 있더라”고 설명했다.
퍼시스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은 오피스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과 기존 사무가구 처리 등 자본 운용의 비효율을 고민하고, 총무·구매 담당자는 조직 변화에 따른 ▲가구 재배치 ▲유지관리 ▲자산 관리 등 반복적인 운영 부담을 겪고 있었다. 이에 퍼시스는 렌탈을 단순한 비용 분산 방식이 아닌 오피스 구축부터 운영·관리, 나아가 기존 가구의 회수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오피스 운영 서비스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출시한 퍼시스의 렌탈 서비스는 기업들의 자산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독립 사옥이나 개별 오피스를 구축하려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가구·인테리어 비용이 초기 목돈으로 묶여야 했다. 그러나 퍼시스의 통합 구독을 이용하면 이 모든 비용을 ‘월 단위 운영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들이 굳이 고비용의 공유오피스에 입주하지 않고도, 일반 빌딩을 임차해 완벽히 독립된 자사 공간을 소유하면서 재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가구를 빌려주는 데 그쳤던 기존의 파편화된 렌탈과 달리 퍼시스는 디지털 플랫폼 ‘오피스 서비스 허브’를 전면에 내세웠다. 많은 기업의 총무·구매 담당자들은 조직 개편이나 인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좌석 재배치와 도면 수정, 유지관리 이력 인수인계 등으로 극심한 운영 비효율을 겪어왔다. 퍼시스는 자산·계약·도면 정보를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모든 운영 이력이 플랫폼에 그대로 남아 있어 인수인계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기 점검과 의자 클리닝 등 전문적인 오피스 케어가 기본 결합, 사실상 기업들은 사무환경 관리 업무를 퍼시스에 통째로 외주화(아웃소싱)할 수 있는 셈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설계·제조하는 것은 물론 전국 단위의 시공·AS 인프라와 오랜 오피스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품 공급부터 운영·관리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오피스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통합 운영 역량이 퍼시스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공간 구독의 신시장 열까
국내 가구 제조사들은 그동안 고질적인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B2B 사무가구 렌탈 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못했다. 대표적 문제가 ‘자본 회수와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가구는 생활가전에 비해 제품 단가가 매우 높고 평균 사용 기간이 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초기 생산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수년에 걸쳐 소액의 렌탈료로 분할 회수해야 한다.
둘째는 ‘막대한 물류·유지보수 비용’이다. 사무가구는 배송·조립·설치뿐만 아니라 계약 종료 후 반납·회수 및 재설치에 드는 물류비와 인건비가 높다. 나아가 기존 판매 시장 잠식 우려도 있다. 렌탈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에 대규모 일시불 매입을 진행하던 대기업 고객층의 수요가 줄어 단기 매출 총액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즉 대형 가구사들은 렌탈을 ‘성장 동력’보다는 실험적 옵션으로만 취급해 온 셈이다. 퍼시스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가 직접 ‘엔드투엔드’(E2E)로 관리하는 국내 최초 직영 책임 관리 체계와 디지털 자산 트래킹 시스템을 구축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의 인식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사무가구는 정수기처럼 렌탈이 익숙한 품목이 아니며 기업 내부에서도 경영진과 총무·구매, 재무 등 의사결정 주체마다 렌탈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고객이 렌탈을 단순한 비용 분산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꼽았다.
렌탈 업계는 퍼시스의 이번 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수기·비데 중심의 개인 소비재 영역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최근에는 기업 대상(B2B) 장비 및 오피스 자산 렌탈·구독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기업 고객은 단순 총액 비교보다 ‘재무제표 개선 효과’와 ‘운영 효율화’ 가치에 훨씬 민감하다”며 “퍼시스가 대규모 자본력과 자체 유통망을 바탕으로 오피스 수요를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퍼시스 측은 “렌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기업의 오피스 환경 전반을 책임지는 오피스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가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고 관계가 끝나는 회사가 아니라 오피스 구축부터 운영, 관리까지 고객의 오피스 운영 여정을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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