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전기차 보험료]②
테슬라, 차량 데이터 기반 자체 보험으로 평균 20~30% 보험료 절감
한국은 할인특약 수준…제조사·보험사 데이터 협력이 과제로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는 테슬라 모델Y 차주 A씨는 최근 자동차보험을 테슬라 보험으로 갈아탔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줄이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자 차량이 산출한 안전운전 점수가 올라갔고, 월 보험료는 321달러에서 216달러로 100달러 이상 낮아졌다. 자동차가 운전 습관을 평가해 보험료를 결정하는 시대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보험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테슬라는 사고가 난 뒤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차량이 매일 수집하는 운전 데이터를 활용해 사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보험료를 산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 같은 모델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가 보험료를 계산하는 시대
테슬라는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체 자동차보험인 ‘테슬라 인슈어런스’를 처음 출시했다. 이후 텍사스,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보험의 핵심은 ‘세이프티 스코어’(Safety Score) 다. 차량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다음 달 보험료를 산정한다.
평가 항목도 기존 자동차보험보다 훨씬 세밀하다. 급가속과 급제동은 물론 ▲앞차와의 안전거리 ▲급회전 ▲전방충돌경고 발생 횟수 ▲야간운전 비중 ▲과속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기능(FSD) 사용 정보도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할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보험료는 내려간다. 반대로 위험 운전이 많아지면 다음 달 보험료도 오른다.
테슬라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미국 테슬라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는 안전운전 여부에 따라 연간 약 1000~3000달러 수준에서 형성된다.
세이프티 스코어가 90점 이상인 안전운전자의 경우 월 보험료는 약 80~120달러, 연간으로는 960~1440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평균적인 가입자는 월 150~250달러, 연간 1800~30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이프티 스코어가 낮은 위험 운전자의 경우 월 200달러 이상, 연간 2400달러를 웃도는 보험료를 부담할 수도 있다.
일반 보험사를 이용하는 테슬라 차량의 평균 보험료는 연 4000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 보험 가입 시 위험 운전자라도 최소 1000달러(약 150만원) 정도는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배경은 데이터다. 일반 보험사가 과거 사고 이력과 운전자 정보를 중심으로 위험도를 평가한다면 테슬라는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사고 가능성까지 반영한다. 차량 상태와 운전 습관, 사고 발생 패턴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운전자별 위험도를 보다 정교하게 산정하는 것이다. 실제 테슬라는 안전 운전자의 경우 기존 보험사보다 평균 20~30%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기차 보험 나오기 쉽지 않은 이유
국내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일단 테슬라 보험이 등장하려면 전기차 제조사가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을 팔아야 한다. 다만 제조사가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보험업자로 직접 나서는 순간 보험업 인가와 자본 요건, 지급여력 관리, 보험금 지급 책임, 소비자 보호 규제 등 금융회사에 준하는 감독을 받아야 한다.
당장 제조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내 대표 완성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도 직접 보험업에 뛰어들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기차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상품에 직접 관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서도 차량 데이터를 보험에 활용하는 시도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보험사와 제휴해 운전자가 일정 기간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할인 특약을 운영 중이다.
다만 이는 테슬라처럼 운전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료 자체를 매달 다시 산정하는 구조와는 다르다. 국내 모델은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고 제조사는 데이터를 제공해 할인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준에 가깝다.
또한 이 할인 특약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등 모든 차종이 대상이다.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나 수리비 특성, 충전 습관 등 전기차 고유 데이터를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배터리 상태와 차량 진단 정보 등 전기차 고유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보험이 등장해야 전기차 차주의 보험료 부담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2024년 ‘차량데이터 이용 현황 및 보험회사 시사점’ 보고서에서 차량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상품은 소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데이터 공유다. 보험연구원은 차량 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개인정보 보호, 공유 방식, 데이터 귀속 주체 등을 둘러싼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는 보험회사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 텔레매틱스 업체,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전기차는 원래 보험료가 비싸지만 내 차는 위험이 낮아 보험료도 적게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현재 국내는 운전 습관 중심의 할인 특약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배터리 상태와 차량 진단 정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활용도 등 전기차 고유 데이터를 반영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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