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훈련군, 깊은 호흡 시 뇌척수액 이동량 비훈련군보다 약 2.7배 높아 흡기 시간·횡격막 움직임이 주요 변수…치매·인지 저하 관련 후속 연구 추진
메이요 클리닉 곤다 빌딩 로비에 모인 연구진. 가운데 폴 민 교수. (메이요 클리닉 폴 민 교수 연구팀 제공)
메이요 클리닉 영상의학과 폴 민(Paul H. Min) 교수 연구진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호흡이 뇌척수액(CSF)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인체 실험을 통해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체계적인 호흡 훈련이 뇌척수액의 이동량과 순유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 사이를 순환하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면역 신호를 전달하며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뇌척수액 순환이 주로 수면 중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깨어 있는 상태에서 호흡 방식에 따라 뇌척수액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규명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최소 1년 이상 체계적으로 호흡 수련을 해온 훈련군 20명과 호흡 수련 경험이 없는 비훈련군 2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호흡 수련 모델로는 한국 석문도문이 개발한 석문호흡(Seokmun Hoheup)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연구에는 실시간 위상 대비 자기공명영상(PC-MRI)이 사용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평소처럼 호흡하는 평시 호흡(RB)과 의도적으로 깊게 호흡하는 깊은 호흡(DB)을 실시하도록 한 뒤, 두개골과 척수가 만나는 대후두공(FM)과 뇌 심부의 측뇌실(LV)에서 뇌척수액 흐름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깊은 호흡 시 훈련군의 대후두공 뇌척수액 이동량은 0.594㎖로, 비훈련군의 0.220㎖보다 약 2.7배 높았다. 뇌척수액 순유량도 훈련군이 70.28㎕로 비훈련군의 37.28㎕보다 약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시 호흡에서도 두 집단 간 차이가 관찰됐다. 훈련군의 대후두공 뇌척수액 이동량은 비훈련군보다 약 2.85배 높았으며, 측뇌실에서는 이동량과 순유량이 각각 약 2.7배와 2.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평시 호흡 중 측뇌실에서 유의미한 뇌척수액 순유량이 확인됐다는 점이 연구진의 주목을 받았다. 측뇌실은 기억 기능과 관련된 해마와 내후각피질에 인접한 뇌 심부 영역으로, 그동안 심장 박동과 호흡 맥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부위로 여겨져 왔다.
호흡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훈련군의 평균 흡기 시간은 5.05초로 비훈련군의 2.65초보다 약 1.9배 길었으며, 호흡 과정에서 나타나는 횡격막 변위도 훈련군에서 유의하게 컸다.
연구팀은 흡기 시간과 횡격막 움직임이 뇌척수액 이동량 및 순유량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주요 호흡 변수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보다 길게 숨을 들이쉬고 횡격막을 충분히 움직이는 호흡 패턴이 뇌척수액 역학과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구조방정식 모델링(SEM)을 활용해 호흡이 뇌척수액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도 분석했다. 그 결과 호흡은 흉강 압력 변화에 따른 기계적 경로와 심박수 조절에 따른 자율신경 경로를 통해 뇌척수액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적 경로는 횡격막이 내려가면서 발생하는 흉강 내 압력 변화가 정맥 환류를 촉진하고, 이에 따라 뇌척수액이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자율신경 경로는 호흡 리듬이 호흡성 동부정맥(RSA)을 통해 심박수를 조절하면서 뇌척수액 흐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대후두공에서는 기계적 경로와 자율신경 경로가 함께 작용했으며, 측뇌실에서는 횡격막 움직임에 따른 기계적 경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호흡 리듬이 뇌 내부의 유체역학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일종의 ‘호흡기술(respiration technology)’로 표현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비교적 적은 수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호흡 훈련군과 비훈련군을 비교한 연구인 만큼, 호흡 수련이 특정 뇌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폴 민 교수 연구팀은 향후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등 고령층의 뇌 건강 관리와 인지 기능 저하 예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임상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제16권에 논문 번호 11499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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