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결국 사람을 봅니다”…스타트업 키우는 IBK창공 공장장의 선발 기준
- [금융사 육아일기]③
김용준 기업은행 IBK창공 마포 공장장 인터뷰
‘소개팅 주선자’처럼…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잇다
창공 ‘후광효과’…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성장 지원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약 10년간 340여 개 스타트업이 거쳐 간 공간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IBK기업은행의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센터’다. 단순한 창업보육센터가 아니다.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자를 연결하며 기업의 성장을 함께 설계하는 곳이다. 2017년 문을 연 이후 반기마다 2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지금까지 누적 340여 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티오더와 비트센싱·올라핀테크·해양드론기술 등이 이곳을 거쳐 성장했다.
IBK창공 마포센터에서 만난 김용준 공장장은 2년째 센터를 이끌며 수많은 스타트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끝에 얻은 결론을 들려줬다. 그가 꼽은 성공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화려한 기술보다 ‘사람’이었다.
김 공장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은 생각보다 많다”며 “결국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고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대표자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며 끝까지 실행하는 대표들이 결국 살아남는다”며 “기술은 기본이고, 사업화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여주기식 지원보다 실질적인 성장”
IBK창공이 다른 창업육성 프로그램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진정성에 있다. 김 공장장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이라며 “행사를 위한 행사, 보여주기식 프로그램보다 기업 성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선발되면 가장 먼저 ‘기업 진단’부터 진행한다. 투자가 시급한지, 조직 관리가 필요한지, 해외 진출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먼저 파악한 뒤 기업마다 다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투자가 필요한 기업에는 기업설명회(IR) 전략 수립부터 발표 자료 작성과 피칭 교육까지 지원하고, 법률이나 세무‧노무 등 경영 관리가 필요한 기업에는 각 분야 전문가를 연결한다.
그는 “스타트업마다 고민이 모두 다르다”며 “같은 교육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 상황에 맞는 지원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개팅 주선자’처럼 투자자를 연결합니다”
IBK창공의 대표적인 강점은 투자 연계다. 김 공장장은 IBK창공의 역할을 ‘소개팅 주선자’에 비유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혼자 벤처캐피털(VC)을 찾아다니며 투자 검토를 요청하기란 쉽지 않다”며 “창공은 기업을 진단한 뒤 성장 단계와 사업 특성에 맞는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그 만남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개팅도 서로 잘 맞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듯 투자 역시 기업과 투자자의 궁합이 중요하다”며 “저희는 기업과 투자자를 이어주는 연결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IBK창공은 매달 IR 행사를 열어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한다. 기업은행 혁신투자부를 비롯해 IBK벤처투자·IBK캐피탈 등 그룹 계열사와 외부 VC들도 참여해 투자 검토를 진행한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후속 투자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김 공장장은 ‘창공’이라는 브랜드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하나의 신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 대표님들 사이에서도 ‘창공에 선발된 뒤부터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며 “투자자나 대기업, 다양한 기관들이 ‘IBK창공이 선발한 기업’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 지원 역시 IBK창공의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은행 거래와 정책금융은 기업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영업점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과 연계해 필요한 금융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성’도 IBK창공만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실제로 졸업기업들과 단체 소통방을 유지하며 새로운 프로그램과 투자 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필요하면 사무공간도 다시 제공한다.
그는 “창공은 5개월 동안만 육성하고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프로그램 졸업 이후에도 교육과 컨설팅…투자 연계·언론 홍보 등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를 보면 기업이 보인다”…성공한 스타트업의 공통점
IBK창공 기업으로 선정되기까지 경쟁률은 약 10대 1이다. 서류심사와 현장 실사, 발표 평가까지 선발 과정은 약 두 달 동안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김 공장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스타트업의 대표다.
김 공장장은 “기술력이나 시장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대표의 사업화 역량을 가장 많이 본다”며 “실사를 나가 얘기를 나눠보면 사업을 바라보는 태도와 실행력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좋으니 대기업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표도 있지만, 시장을 직접 만들고 고객을 찾아다니는 대표도 있다”며 “결국 성장하는 기업은 후자”라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성공한 스타트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좋은 네트워크’였다. 김 공장장은 “대표 혼자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좋은 투자자와 멘토, 협력사를 곁에 둔 기업들이 결국 성장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역시 대표자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공장장은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에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균형 있는 시각도 내놨다. 그는 “AI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관심이 특정 산업에만 쏠리는 현상도 있다”며 “우리 산업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것도 창업육성기관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김 공장장은 창업가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창공에 한 번 지원해 떨어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8번, 9번 도전 끝에 선발된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도전하는 용기”라며 “IBK창공도 창업기업들의 든든한 성장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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