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배우 떼고 K뷰티 CEO 새 명함 내민 하지원 “건강한 아름다움은 균형에서 온다” [인터뷰]
- 피부 건강 집중한 K뷰티 브랜드 ‘파우치24’ 론칭
20년 이상 뷰티 전문가 활동한 친언니와 의기투합
“진정한 아름다움은 균형…피부도, 마음도 밸런스가 중요”
[이코노미스트 이현아 기자]
업력 30년. 나이 앞자리의 숫자가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여전히 믿고 보는 배우로 대중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하지원이 뷰티 브랜드 ‘파우치24’의 최고경영자(CEO)로 낯선 도전에 나섰다.
배우로, 화가로 활동해 온 그가 이번엔 직접 원료 선정부터 경영과 마케팅까지 진두지휘하며 K-뷰티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진 까닭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가 하지원을 만나 브랜드 탄생 배경부터 글로벌 전략, 그리고 하지원이 생각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들어봤다.
실제 피부 트러블에서 시작
“배우는 캐릭터를 통해 감정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브랜드를 이끌며 많은 걸 느끼는데, CEO도 결국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더군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이미 확고히 자리매김한 하지원이 왜 ‘파우치24 CEO’라는 새 명함을 팠을까. 그는 “배우와 CEO라는 직업이 다른 듯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과 가치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얘기했다.
하지원은 한 우물만 파듯 배우 활동에 집중하며 지내오다, 8년 전부터 화가로 또 다른 도전에 발걸음을 뗐다. 국내 전시회는 물론 싱가포르 아트 위크·일본 도쿄 개인전 등까지 중견 작가로 역량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그는 “배우가 주어진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작가는 나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과정이다. 세상에 놓인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연장선에서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우치24는 하지원의 반복된 피부 트러블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비주얼 콘텐츠 속 하지원의 피부는 결점을 찾을 수 없이 완벽히 정제된 모습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카메라 앞에서 느껴지는 피부와 자연스러운 시간에서의 피부는 다르다”는 그는 촬영 때 피부 상태가 매일 다름을 경험했다.
하지원이 느낀 점은 여성들의 피부 고민과도 일맥상통했다. 그는 “현대 여성들도 부족한 수면·업무 스트레스·날씨 변화 같은 요인에 따라 피부가 예민해진다”며 “한 번의 극적인 변화보다 매일 편안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배우로 오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이라며 브랜드 철학을 설파했다.
이런 고민을 토대로 2025년 1월 ‘파우치24’를 출범했다. 브랜드명 ‘파우치’는 말 그대로 작은 소지품을 담는 가방으로, 단순히 물건을 담는 뜻을 초월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담는 공간, ‘24’는 하루 24시간을 의미한다. 그는 “잠도 못 자고 촬영하다 피부에 트러블이 났을 때 파우치에서 제품을 꺼내 쓰던 경험을 그대로 담아 진정성을 살렸다”고 부연했다.
파우치24의 1호 제품 ‘퀸즈밤’은 과거 사극 ‘기황후’ 때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밤샘 촬영이 많아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얼굴에 단순 뾰루지가 아닌 통증을 수반한 트러블로 매우 고생한 적이 있다. “8일 정도를 제대로 못 자고 일정을 소화했을 때의 경험을 제품에 녹였다”는 하지원은 “덥고 춥고 상처 나고 모기에 물렸을 때 등 피부 컨디션이 무너진다 싶으면 그때그때 바르는 파우치 속 비상약이자 ‘보약’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파우치24가 내세우는 ‘마이크로 EM10’은 10~100nm의 초미세 입자를 활용해 유효 성분의 침투를 극대화한 기술이다. 또 ‘P-레벨’은 브랜드만의 성분 설계 철학을 수치를 기반으로 구조화한 시스템이다. 모든 제품은 P-레벨 기준에 따라 피부에 안전하게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설계를 최적화하고 있다.
하지원은 “좋은 성분을 많이 넣는다고 무조건 좋은 제품이 되지 않고, 특정 성분이 좋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것은 빼고, 필요한 성분만 최적 함량으로 설계한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이름보다 신뢰로 승부…라이프스타일까지 확장
스타들의 사업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팝스타 리한나는 펜티 뷰티(Fenty Beauty)의 경영자로 더 유명하다. 이 브랜드의 기업 가치는 최대 20억 달러(약 3조62억원·2025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헤일리 비버의 ‘로드’(Rhode)나 스칼렛 요한슨의 ‘더 아웃셋’(The Outset), 제시카 알바의 ‘어니스트 컴퍼니’(The Honest Company)도 배우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브랜드들은 배우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제품 자체에 포커싱해 글로벌로 크게 성장했다. 누구나 아는 하지원의 이름은 브랜드 홍보에 강점이자 약점이다. 그는 “초반에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래갈 전략은 아니다”며 “K-뷰티에는 이미 좋은 제품들이 많다. 피부에 대해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회사, 건강한 피부를 돕는 기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원은 친언니이자 아로마테라피스트 겸 코스메틱 전문가로 20년 이상 경력의 전유경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했다. 전 CTO는 하지원이 촬영장에서 피부가 ‘뒤집어지면’ 그에 맞는 화장품을 처방해 도움을 줬다. 브랜드 론칭의 태동부터 자매는 양보 없는 논의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향의 블렌딩이나 성분, 텍스처까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게 파우치24의 기준이 됐고 완벽한 제품이 나왔다”며 “브랜드 론칭은 1년 반 정도 흘렀지만, 이런 이야기를 나눈 지는 20년이 넘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파우치24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진출의 신발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사내 글로벌 전략팀과 투자사와 함께 해외 수출을 타진 중이다.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높은 만큼 제품의 품질은 물론 배우로서의 경험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풀어 소개할 계획이다. 현지 환경에 맞게 차별화한 제품 홍보 및 마케팅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원의 ‘모공 제로’ 비결은 다름 아닌 ‘세안’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씻어내는 제품이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주범”이다. 자극이 쌓이면 잔주름이 생겨 세게 씻는 관리는 피하는 편이다. ‘C.C.C 핑크’ 클렌징 케어 바는 부드럽게 피부를 닦으면서 보습이 가능한 비누로 하지원이 디자인부터 직접 손을 댔다. 3개의 동그란 구체는 괄사로 활용해 마사지 효과를 볼 수 있게 했다.
하지원이 정의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이란 뭘까. 하지원은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균형”을 언급하며 “피부도, 마음도, 운동, 음식도 밸런스를 이뤄야 한다”며 “피부도 균형이 맞으면 메이크업이 더 잘 먹는 듯 하다. 아름다움은 결국 균형이 맞았을 때 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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