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M&A로 큰 신한금융…롯데손보 인수 ‘승자의 저주’ 피할까
- [신한, 롯데손보 품고 비상할까]
조흥은행·LG카드·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성장
손보사업 마지막 퍼즐…자본확충·통합 비용은 부담
다만 이번 거래는 과거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손보의 영업 기반을 얻는 대신 인수대금뿐 아니라 자본확충과 조직 통합 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어서다. 인수가격과 인수 후 통합(PMI)에 따라 신한금융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수도, 기대했던 시너지가 ‘승자의 저주’로 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흥은행·LG카드 삼킨 ‘M&A의 신한’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롯데손보 경영권 지분 77.04% 인수를 놓고 최대주주 JKL파트너스와 협상 중이다. 인수가격은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장정훈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롯데손보)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의 대표적인 M&A 성장 모델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자본금 250억원, 점포 3개로 출발한 후발 은행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재편기를 놓치지 않고 몸집을 키워 기존 대형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결정적인 승부처는 조흥은행 인수였다. 신한금융은 2003년 당시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조흥은행을 인수한 뒤 2006년 신한은행과 통합했다. 조직문화와 인사체계를 하나로 묶는 진통을 겪었지만, 조흥은행의 전국 영업망과 기업고객 기반을 흡수하며 은행권 선두 주자로 도약했다.
카드업에서는 2007년 LG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기존 신한카드와 합쳤다. 카드대란 이후 정상화 과정에 있던 LG카드는 대규모 회원과 가맹점망을 갖춘 ‘인수 대어’였다. 신한금융은 이를 기존 카드사업과 결합해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조흥은행 인수가 은행의 체급을 바꿨다면 LG카드 인수는 비은행 수익구조를 바꾼 거래였다.
증권에서는 굿모닝증권을 인수해 기존 신한증권과 합쳤고, 지방은행 분야에서는 제주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카드·증권·보험을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고비마다 M&A가 있었던 셈이다.
보험에서도 성공 경험을 쌓았다.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2021년 신한생명과 합쳐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오렌지라이프의 설계사 조직과 보장성보험 경쟁력에 신한생명의 은행 채널과 고객 기반을 결합하는 전략이었다.
신한라이프는 2022년 4494억원, 2023년 4724억원, 2024년 528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2025년에도 5077억원을 벌어들였다. 신한금융 비은행 부문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이 바라보는 선례는 KB금융이다. KB금융은 2015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해보험으로 출범시켰고,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이후 기존 KB생명과 합쳐 KB라이프로 재편됐다.
KB손보는 그룹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순이익은 2021년 3018억원에서 2022년 5000억원대, 2023년 7000억원대로 늘었고 2024년에는 8395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손해율 상승으로 7782억원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KB금융 주요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축에 속한다.
KB라이프도 2023년 2341억원, 2024년 2694억원, 2025년 244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25년 기준 두 보험 계열사의 합산 순이익은 1조222억원이다. 보험 계열사가 단순히 금융지주의 상품 구색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 그룹 이익을 끌어올리는 수익원으로 성장한 셈이다.
‘작은 손보’로 안 된 신한, 체급 있는 매물 선택
롯데손보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퇴직연금 등 종합 손해보험 사업 기반을 갖춘 중견 손보사다. 전국 단위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망과 2조원대 보험계약마진(CSM)도 보유하고 있다. CSM은 보유 계약에서 향후 인식할 이익을 뜻하는 미래 수익성 지표다.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정 규모를 갖춘 보험사를 인수해야 인수 직후부터 그룹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소형사를 인수해 영업망과 상품, 자본을 일일이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대형 금융사라면 이미 종합 손보사 체제를 갖춘 회사를 사들이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2021년 자산 1000억원대 소형사인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듬해 신한EZ손보를 출범시켰으나 디지털보험사의 사업모델 한계와 누적 적자로 손보사업을 키우지 못했다.
하나금융도 2020년 소형사인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보를 출범시켰지만, 장기보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늘며 여전히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롯데손보 인수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JKL파트너스는 매각가격으로 1조원 안팎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상태여서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 투입도 필요하다.
신한금융이 인수를 마치더라도 인수대금 외에 추가 자본을 넣을 가능성이 크다. 전산시스템과 조직, 판매채널 통합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투자액은 매각가격을 크게 웃돌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를 신한금융 고객 기반과 연결해 이익을 내는 계열사로 바꾸면 그동안의 사례처럼 성공적인 M&A가 되겠지만, 자본 투입과 통합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그룹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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