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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료’서 신약 개발 수장으로… 조원동 “AI가 최고의 바이오 선생님” [인터뷰]
- AI로 바이오 탐구, 페니트리움바이오 선장으로
신약 후보물질이 사명…모험적인 마지막 승부수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공무원 출신이지만 안주하는 삶보다 ‘도전’을 선호했기 때문일까. 마지막 선택도 의외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오 분야의 신약 개발 회사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직. ‘경제 관료’로 대통령실 경제수석까지 역임했던 조원동 회장의 현 직함이다. 지금껏 달려왔던 분야의 ‘유종의 미’가 아닌 모험을 택한 그가 인생의 마지막 명함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하루 3시간, 과학자 50명과 대화
2025년 7월 조 회장이 바이오 회사의 수장으로 공식 행보를 알렸다. 1979년 행정고시 패스 이후 35년 이상 ‘경제 관료’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갑자기 바이오 기업의 대표직을 맡게 됐으니 의문부호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바이오업계 선생님’을 통해 분야를 파고들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2024년 현대ADM바이오(현 페니트리움바이오사이언스)의 사외이사를 맡은 후 AI의 도움을 받아 치열하게 바이오 분야를 탐구하면서다.
서울 마곡의 페니트리움바이오 사무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생성형 AI가 나왔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생성형 AI를 초창기부터 쓰기 시작했고 궁금하고 찾고 싶은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았다”며 “하루 3시간, 과학자 50명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를 언급했다. 알파폴드의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이 AI 시스템 개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화학 공식이 필요하고 이러한 화학 구조물을 예측하는 데 AI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생체 임상에 들어가면 인체 구조 등 의학 지식도 많이 필요하다”며 “페니트리움바이오가 집중하는 분야가 면역학인데 매크로적인 측면에서부터 분자학적인 것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런 지식들은 한 전문가가 다 소유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조 회장은 각 분야 대가들의 지식을 흡수하면서 지평을 넓힌 덕분에 지금의 바이오 수장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주로 활용하는 AI 모델은 클로드와 제미나이의 고급 버전이다.
첫 제안을 받았을 때 두려움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혁신적인 일이라는 판단에 사명까지 과감히 바꾸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얼굴마담’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품었지만 선구적인 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AI로 공부하면서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현대ADM바이오의 대표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지금은 페니트리움바이오로 간판이 바뀌었다. 페니트리움은 신약 후보물질 이름에서 따왔다. 조 회장은 “임상 수탁 기관(CRO)에서 신약 개발사로 영역을 완전히 바꿨다. 위험 요소도 있지만 현재 확보한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베팅”이라고 강조했다.
‘묻고 더블로’ 마지막 승부수
페니트리움은 AI를 통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가설을 세웠으니 이제 증명할 시간이다. 글로벌 임상의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지난 7월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2상 진행 소식을 알렸다. 미국에서 임상 1상을 건너뛰고 2상으로 직행한 이유에 대해 “페니트리움과 동일한 제형이 이미 사람에게 투여된 이력이 있어 관련 데이터가 축적됐기 때문”이라며 정상적인 절차임을 밝혔다.
AI를 활용해 수년이 소요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시간을 단축한 페니트리움바이오는 임상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중선택적 비공유결합 RAS(세포의 성장·분열·사멸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 단백질 억제제’인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의 임상 과정을 주목했다.
조 회장은 “보통 신약 물질들이 탐색 임상 이후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본 임상 이전의 탐색 임상의 경우 내년에는 끝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락손라십의 경우도 시작해서 1년 만에 결과를 냈고, 췌장암 3상에서 중앙값 생존 1년을 초과 달성한 최초의 약물이 됐다. 이런 결과로 기업(레볼루션 메디슨즈) 가치가 32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다락손라십은 2022년 임상 1·2상에 들어갔고, 2023년에 주요 학회에서 췌장암 및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초기 반응률과 질병조절률 등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조 회장이 언급한 탐색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던 셈이다.
그는 “다락손라십의 임상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3년 내 결과가 날 수도 있다”며 임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페니트리움은 여러 암과 여러 항암제를 한 번에 검증할 수 있는 설계로 꼽히는 ‘듀얼 바스켓 임상’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는 다락손라십의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무한 병용 전략과 유사하다.
조 회장은 “미국 글로벌 임상에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표적항암제까지 다 포함시키는 병용 전략을 통해 암세포의 주변 환경인 종양 미세 환경을 포커싱하는 약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력한 만큼 받는다’가 조 회장의 좌우명이다. 이에 페니트리움바이오에 투자하며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다. 회장 직급이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해 노력의 결과를 얻겠다는 각오다. 그는 2024년 4만주, 2025년 8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조 회장은 “월급을 안 받는 대신 스톡옵션으로 많이 걸었다.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차원으로 스톡옵션을 선택했고, 임상 성공으로 기업 가치와 주가가 오르면 금전적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며 “하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평생 해왔던 일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었고 도전 자체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페니트리움바이오는 ‘경제 관료’ 은퇴 후 그토록 찾아다닌 ‘마지막 숙명’이다.
“정부에서 나와 제일 좋은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3분의 1은 돈 버는 일을 하고, 3분의 1은 재미있는 일을 하고, 3분의 1은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는 조 회장은 “지금 바이오 업종은 이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일이다. 이 3가지를 한꺼번에 하기에 너무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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