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주식 팔면 다음날 입금”…속도 내는 T+1 결제 도입에 증시 부양 기대감
- [출렁이는 한국 증시]④
결제주기 단축·상장폐지 제도 개편 본격화…투자 편의와 시장 신뢰 제고 기대
증권업계 “속도보다 안정성 우선”…인프라 구축 없는 제도 변경은 부담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다시 강조하면서 하반기 국내 증시 제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저평가 기업의 주주환원을 유도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과 함께 주식 결제주기를 현행 2거래일(T+2)에서 1거래일(T+1)로 단축하고, 동전주 퇴출 제도를 본격 시행하는 등 시장 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투자자 편의와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시장 인프라와 거래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제도가 추진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T+1 시대 성큼…자금 회전 빨라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정경제부·국가데이터처·금융위원회·기획예산처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 개혁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특히 “돌덩이가 돼버린 것은 골라내야 하는데 저항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랜 관행과 비효율을 개선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현재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주가 부양을 유도하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 도입과 함께 주식 결제주기 단축과 동전주 퇴출 제도다. 특히 T+1 결제는 투자자 입장에서 체감 효과가 가장 큰 제도로 꼽힌다.
현재 국내 증시는 주식을 매도한 뒤 이틀 후 결제가 완료되는 T+2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하루로 줄이는 T+1 체계를 추진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오는 10월까지 구체적인 도입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 시행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투자자는 주식을 매도한 다음 영업일에 바로 결제대금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증시의 자금 회전이 빨라지면서 투자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거래 편의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5월 T+1 결제 체계를 도입했고, 영국과 유럽연합(EU) 역시 T+1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자본시장의 결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국내 시장도 이에 맞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다만 증권업계는 제도 도입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속도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기한다. 결제주기가 하루 줄어들면 거래 이후 이뤄지는 결제 승인과 외환 거래, 증권 대차 등 여러 절차를 지금보다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자는 시차와 환전 절차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결제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증권업계는 현재 T+2 체계가 유지된 배경에도 이러한 거래 안정성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동과 외환 결제, 기관 간 확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고, 이를 통해 결제 안정성을 확보해 왔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T+1 전환 과정에서 기관 간 거래 확인 절차 자동화와 결제 이전 프로세스 개선 등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다. 유럽도 2027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2023년부터 약 4년에 걸쳐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에서도 조은아 SK증권 IT인프라본부 본부장은 “T+1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작업”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의 유동성공급자(AP·LP) 업무와 증거금 처리 방식, 예수금 산출 체계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속도보다 안정적인 이행 조건을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충분한 인프라 개선 없이 결제주기를 단축할 경우 오히려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증시의 지연 결제율은 사실상 0% 수준으로 미국(2~3%)이나 유럽(7%)보다 낮은 만큼, 단순히 해외 사례를 따라가기보다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이와 관련해 “국내 투자자의 경우 결제 시점 단축에 따른 자금 운용 효율성 제고 등의 편익이 예상되지만, 역외 투자자와 국경 간 거래 참가자는 자금 조달과 환전 시간 축소에 따른 운영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효율성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후선처리 체계와 외환 수탁 인프라의 근본적인 개편을 선결 과제로 내포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부실기업 걸러내도 상승 동력은 한계
증권업계에서는 결제주기 도입 논의와 함께 하반기에 예상되는 변화로 ‘동전주 퇴출’ 또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7월부터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가운데 45거래일 이상 1000원 미만 상태가 이어질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거래소는 장기간 저가 상태가 지속되는 한계기업을 시장에서 퇴출해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동전주 퇴출 제도 또한 증시 전반의 상승 동력을 만들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장폐지 대상 기업 대부분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통해 시장 구조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 실적 개선이나 신규 자금 유입을 이끌 직접적인 재료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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