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실적 좋아도 꿈쩍 않더니…네이버 주가 깨운 ‘엔비디아’의 힘
- [네이버, 과거 영광 되찾나]②
언택트 시기 최고가 찍고 장기 정체 중
두나무 합병 기대감 하락…엔비디아 3대 주주 등극 새 국면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네이버의 운전대를 잡은 이후 최수연 대표의 속을 가장 까맣게 태워 온 것은 단연 ‘주가’였다.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일 경신하고 국내 사업을 굳건히 지켜내도 꿈쩍도 하지 않던 주가가 대형 호재를 만나 비로소 반등하기 시작했다.
업비트(두나무)와의 핀테크 결합에 이어 이해진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함께 엔비디아라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혈맹’을 완성하며, 오랜 시간 묵혀온 주주들의 원성을 잠재울 결정적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영광 뒤 찾아온 ‘슬럼프’
네이버 주가의 잔혹사는 코로나19 언택트 수혜가 피크를 찍었던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26일 네이버는 전 사업 부문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장중 46만5000원이라는 역대 최고가로 시가총액 3위를 꿰찼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에 따른 ▲비대면 모멘텀(상승동력) 약화 ▲고금리 기조 ▲글로벌 성장주 투심 악화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상승 동력은 빠르게 소진됐다.
최 대표 취임 당시(2022년 3월) 30만원을 턱걸이하던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다 같은 해 9월 20만원선마저 무너졌다. 이후 주가는 10만~20만원대 박스권에 갇힌 채 주주들의 묵은 원성을 받아내야 했다.
더욱 답답했던 것은 실적과 주가의 뚜렷한 괴리였다. 연 매출 10조원 시대를 연 2024년 실적 발표 당일(2025년 2월 7일)에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소폭 내렸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2025년 실적 발표 날 역시 3%대 하락으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 대표의 연임이 결정된 2025년 3월에도 주가의 고질적인 역주행 흐름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주가 정체는 최 대표 개인에게도 상당한 중압감으로 작용했다. 취임 직후 책임경영을 전면에 내걸며 자신의 보수 체계를 주가 흐름과 직접 맞물리게 하는 파격적인 배수진을 쳤다. 기본급 비중을 낮추는 대신 상여금과 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을 네이버 주가 상승률에 고스란히 연동시켰다.
하지만 주가와 동기화된 보수 구조는 주가 하락기에 최 대표에게 매서운 채찍으로 돌아왔다.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2022년 성과에 따른 보수 책정 당시, 전체 보수의 약 45%를 차지하던 주가 연계 RSU 지급액이 ‘0원’을 기록했다. 대표이사로서 실적 개선을 이끌고도 주가 부양 실패 여파로 자신의 보수가 반토막 나는 뼈아픈 경험을 한 셈이다.
반전은 2025년에 찾아왔다. 2024년 재무적 성과 달성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전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의 시장 1위 안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아 RSU가 100% 반영돼 지급됐다. 이에 최 대표의 보수가 전년 대비 10억원가량 늘어났지만, ‘장기적 주가 부양’이라는 무거운 과제는 여전히 어깨에 남았다.
최 대표는 그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검색 등 버티컬 서비스 전반에 AI 탭과 브리핑 기능을 접목하며 AI 전환을 가속화했고, 쿠팡과 맞먹는 커머스 물류·배송 경쟁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파격적인 글로벌 제휴 혜택을 결합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국민적 서비스로 안착시켰다. 이처럼 국내 사업의 체질을 튼튼히 다져놓은 최 대표에게 주가 반등을 이끌 대형 모멘텀이 절실했다.
두나무 합병 지연, 규합위 권고로 숨통
주가 부양의 첫 반전 카드는 가상자산 플랫폼과의 결합이었다. 네이버와 핀테크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의 합병을 위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했다.
AI와 웹3의 결합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5년간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매머드급 비전을 발표했다. 2025년 9월 대형 합병 소식이 시장에 처음 알려지자 20조원 규모의 거대 디지털 금융사 탄생 기대감이 반영되며 네이버 주가는 장중 11% 이상 급등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업비트의 독과점 논란과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의 심사 지연이 겹치면서 합병 완료 시점이 당초 6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두 차례나 연기됐다.
설상가상으로 네이버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탓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 심사 허들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 최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가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에서 경미한 위반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도록 개선을 권고하면서 두나무 합병의 걸림돌 하나를 덜어냈다.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 빠르게 진출”
두나무 합병의 먹구름이 해소되는 기점에 성사된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는 주가 반등의 기폭제가 됐다. AI 팩토리 사업을 고리로 엔비디아가 네이버 지분 4.5%를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공시가 뜨자 주주들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이번 딜은 정부의 AI 대전환 정책과 궤를 같이할 뿐만 아니라, 이해진 의장의 결단과 최수연 대표의 밀착 경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실질적 성과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혈맹을 이끈 최 대표의 리더십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 대표는 엔비디아와의 혈맹을 공식화하며 강력한 포부를 피력했다. 그는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네이버의 기술과 인프라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게 돼 매우 고무적”이라며 “AI 팩토리 고객사 유치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 네이버가 글로벌 AI 인프라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도 네이버가 오랫동안 이어온 주가 박스권을 깨뜨리고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 내 지위가 단순 ‘사업 주체’에서 ‘글로벌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의 핵심 주체’로 격상됐다는 평가다.
목표주가 40만원을 유지한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의 제휴로 네오클라우드(AI 인프라) 사업에 진출하면서 국내외 매출 기대감이 가시화되고 기업의 체질 역시 완전히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사업 성사의 가능성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1GW(기가와트)라는 목표를 얼마나 빠르게 달성할지, 추후 확장 가능성에 대한 업사이드(상승 가치)를 크게 열어둬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두나무와의 합병 추진에 대해서도 “지연됐던 디지털자산기본법 및 합병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국내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들이 디지털자산 신사업에 뛰어드는 흐름 속에서 유력한 핵심 플레이어인 네이버의 경쟁력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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