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리자동차, KGM에 7500만달러 투자
기술 제휴 넘어 자본 동맹으로 이어져
오는 2027년 첫 공동개발 SUV 출격
KGM은 체리자동차와 미래 기술 협력 및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75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투자는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환사채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체리자동차의 KGM 지분율은 10% 안팎이 될 전망이다. KGM은 이번 투자가 경영권이나 경영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GM·체리자동차 ‘밀월’
체리자동차는 23년 연속 중국 브랜드 승용차 수출 1위를 기록한 업체다. 체리그룹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94만3817대다. 중국 자동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반기 수출 90만대를 넘어섰다. KGM은 체리자동차가 구축한 해외 생산·판매망과 공급망을 활용해 공동개발 차종의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이해관계가 맞는 양사의 협력은 단계적으로 깊어졌다. KGM과 체리자동차는 2024년 10월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4월에는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관계에서 신차를 함께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간 데 이어 이번에는 자본 관계까지 맺은 셈이다.
곽재선 KGM 회장은 “이번 전략적 투자는 재무적 투자를 넘어 KGM의 기업가치에 대한 체리자동차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앞으로 자율주행과 첨단 전기·전자 플랫폼, 소프트웨어, 친환경 파워트레인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첫 시험대는 프로젝트명 ‘SE-10’이다. 렉스턴의 헤리티지를 잇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체리자동차의 T2X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2.0ℓ 가솔린 모델로 구성해 2027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차량의 기본 구조와 핵심 기술은 공유하되 내외장 디자인과 주행 성능, 파워트레인 세팅에는 KGM이 쌓아온 개발 경험을 입힌다는 구상이다.
황기영 KGM 대표는 “SE-10은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내외장은 다르게 구상했다”며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KGM이 보유한 SUV의 장점과 노하우를 녹여 주행 성능과 엔진 성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가 다른 만큼 KGM 기술진이 직접 튜닝하고 디자인을 입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에는 자동차 산업의 보편적인 제휴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현대자동차가 GM과 협력하듯 자동차 회사끼리 사업상 이해관계가 맞으면 함께할 수 있다”며 “KGM의 경우 전기차는 BYD(비야디), 신차는 체리자동차와 협력하는 등 필요에 따라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GM은 SE-10을 시작으로 공동개발 차종을 늘릴 계획이다. SE-10 플랫폼을 활용해 차급과 차체 형태를 달리한 후속 모델을 선보이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이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중성이 높은 C세그먼트 신차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체리자동차 역시 KGM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개발 비용을 줄이고 해외시장 진출 경로를 넓힐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판매 규모가 커질수록 플랫폼과 부품, 연구개발비를 분산할 수 있다. 양사가 같은 기반 기술을 활용해 신차를 공동개발하면 각자 개발할 때보다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체리자동차 측의 설명이다.
국가별로 한국산 자동차와 중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와 규제가 다르다는 점도 협력의 배경이다. 체리자동차는 KGM이 보유한 한국 완성차 브랜드의 정체성과 해외 판매망을 활용해 중국 업체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장귀빙(Zhang Guibing) 체리자동차 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중요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신차 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며 “중국과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가 서로 다른 시장도 있는 만큼 협력을 통해 양사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의 국가에 하나의 자동차 브랜드만 있을 수는 없다”며 “한국 고객이 체리자동차를 좋아해 준다면 한국 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KGM과의 협력”이라며 구체적인 진출 계획에는 선을 그었다.
양사의 협력은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리그룹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로봇과 신에너지, 항공, 조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와 원자재, 철강 등 주요 공급망 분야에서도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KGM은 체리자동차와 함께 로봇과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분야의 공동 연구와 실증,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 생산 및 사업 거점에 대한 공동투자도 추진한다. 양사가 보유한 글로벌 생산시설과 공급망,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함께 활용하고 사업성이 확인된 해외 전략시장에는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최고경영층이 참여하는 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인퉁웨(Yin Tongyue) 체리자동차 회장은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은 산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며 “전 세계 고객에게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된 뜻을 바탕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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