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다시 6000시대…투자총량 묶고 ‘ETF’ 간판도 뗀다
- [출렁이는 한국 증시] ①
배율 조정도 쉽지 않다…'수익자총회' 변수 부상
"효과 검증보다 규제부터"…투자총량 제한도 논란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지난 2월 장중 사상 처음 코스피 지수 6000을 넘은 지 6개월여 만에 다시 6000대로 추락했다. 이 이 국면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증시 추락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본예탁금 상향에 이어 ▲투자총량 제한 ▲모의거래 의무화 ▲과도한 주문에 대한 거래비용 부과까지 규제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투자를 막고 시장 변동성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운용업계에서는 "규제는 계속 강화되는데 기존 대책의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추가 규제 방안을 발표하며 규제 범위를 한층 확대했다. 핵심은 개인별 투자 규모를 전체 금융투자상품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투자총량 관리다. 기존에는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등 투자자 진입 요건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투자 규모와 거래 방식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추가 대책에는 선물시장의 과다호가부담금과 유사한 거래비용을 도입해 과도한 주문을 억제하는 방안과 모의거래 의무화도 포함됐다.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에는 홍콩 사례를 참고해 레버리지 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레버리지 배율 조정은 단순한 운용기법 변경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집합투자규약에 '기초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는 투자 목적이 명시돼 있어 배율을 변경하려면 규약 개정이 필요하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법률이나 시행령에 직접 규정된 사항은 아니더라도 투자 목적을 변경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수익자총회 개최 대상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규제의 속도다. 기본예탁금 상향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투자총량 제한 등 추가 규제가 발표되면서 기존 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책 효과를 평가하려면 일정 기간 거래량과 변동성, 투자자 구성 변화 등을 분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는 효과 분석보다 규제 확대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후속 규제를 잇달아 추가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총량 제한이 도입되면 신규 투자자는 물론 기존 투자자의 투자 전략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추가 매수가 어려워질 수 있어 손실 구간에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대응이나 시장 상황에 따른 비중 조절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정책 효과는 세부 제도 설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투자한도를 모든 증권사 계좌를 합산해 산정할지, 기존 보유 물량에 대한 경과조치를 둘지, ETF 간 교체 매매를 어떻게 인정할지 등 핵심 기준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세부 기준에 따라 투자자 부담과 시장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고위 임원은 "투자총량 제한은 신규 투자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의 리밸런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장 급락 시 추가 매수를 통한 평균단가 조정이나 비중 조절까지 제한될 수 있어 세부 제도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TF' 떼고 파생상품도 아닌…엇갈리는 규제 기준
운용업계는 공개적으로는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방향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공개적으로는 규제의 정합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가 검토 중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ETF 명칭 제외' 방안이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상품으로 별도 관리하려는 취지라면 투자자 진입요건과 증거금 제도 등도 파생상품 수준에 맞춰 함께 정비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일관된 접근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상품 명칭만 ETF에서 제외하고 거래 구조와 운용 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경우 투자자 혼란은 물론 규제 정합성 논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운용사의 괴리율 관리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도 주요 쟁점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기존 유동성공급자(LP) 중심이었던 괴리율 관리 책임을 운용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규제의 실효성과 제도 정합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예탁금 상향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투자총량 제한과 상품 구조 개편 등 후속 규제가 잇따르는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고위험 상품으로 관리하려면 명칭만 변경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 진입요건과 증거금 체계 등도 함께 정비해야 제도적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운용사 책임 확대 역시 세부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괴리율 관리 과정에서 운용사의 상품 운용 책임과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제시 의무는 역할이 다른 만큼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시장 혼선과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총량 제한이 도입될 경우 기존 투자자의 추가 매수나 비중 조절 등 정상적인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 대형운용사 운용역은 "투자자 보호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규제는 시장 기능과 제도 정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기존 대책이 실제 투기 수요와 변동성을 얼마나 줄였는지 먼저 검증한 뒤 추가 규제를 논의하는 것이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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