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유럽이 실적 견인
한때 '아픈 손가락'이던 중국 의존 벗어나 체질 개선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국내 화장품 양대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나란히 시장 기대를 웃도는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눈에 띄는 것은 숫자보다 성장의 방향이다. 한때 두 회사 실적을 좌우했던 중국 대신 북미와 유럽, 일본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수년간 발목을 잡았던 '중국 리스크'를 털어내고 글로벌 사업 구조를 재편한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543억원, 영업이익 12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6%, 53.3%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17%, 영업이익은 59% 늘었다. 해외 사업만 보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99% 급증했다.
LG생활건강도 같은 기간 매출 1조6574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87.5% 증가했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북미 매출이 2058억원으로 중국(176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2~3년 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양사는 중국 경기 둔화와 현지 브랜드 약진, 면세 채널 침체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당시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했던 구조가 한계로 지적됐고, 업계에서는 '중국 리스크'가 양사의 가장 큰 숙제로 꼽혔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업과 면세 채널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고, LG생활건강 역시 북미와 일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냈다. 증권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의존도가 2019년 54%에서 2024년 23%까지 낮아진 반면, LG생활건강은 상대적으로 중국 비중이 높아 구조 전환 속도가 더뎠다고 분석했다.
이번 실적은 그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모두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는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일리윤, 미쟝센 등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고, 독일과 영국 아마존에서는 코스알엑스 선케어 제품이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에스트라가 세포라와 아마존을 중심으로 세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북미 시장 확대가 실적을 이끌었다. 회사는 일회성 관세 환급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프리미엄 브랜드 성장과 북미 사업 확대가 수익성 개선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은 것'이 아니라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성장 동력도 과거와 달라졌다. 면세점이나 중국 대리상 중심의 판매 대신 아마존, 세포라, 틱톡샵, 큐텐재팬 등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더마와 선케어, 헤어케어처럼 글로벌 수요가 높은 카테고리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K-뷰티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중국 소비 회복 여부가 국내 화장품 기업의 실적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북미와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경쟁력이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예전처럼 중국 하나에 실적이 흔들리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글로벌 플랫폼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넓히느냐가 앞으로 K-뷰티 기업들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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