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닉 韓 증시…개미 자금 어디로]①
개인 투자자 7월 급락장서도 1.4조원 순매수
반대매매 급증·빚투 부담에 투자심리 흔들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가 전고점 대비 40% 가까이 급락하는 초유의 변동성 장세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끝까지 매수 버튼을 눌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낙폭이 커질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개인들이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상반기 ‘9000피’를 이끌었던 주역인 만큼 이들의 투자심리 회복 여부가 향후 국내 증시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달 만에 무너진 ‘9000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코스피는 한 달 동안 22%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지수는 6월 22일 종가 기준으로 9114.55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단숨에 고점 대비 40% 가까이 밀렸다. 장중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도 큰 낙폭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실제 변동성을 보면 7월 28일에는 코스피가 10.84% 급락했고, 다음 날에도 5.98% 하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코스피 약세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에 20분간 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7월 28일에 이어 29일에도 발동되며 2거래일 연속 나타났는데, 2거래일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같은 달 13일에도 코스피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바 있다.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지수 변동폭이 커진 영향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낙폭이 커진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에 나섰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4166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8620억원, 기관이 6780억원을 순매도한 물량을 사실상 개인이 모두 받아낸 셈이다.
개인들의 매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두 기업 모두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반등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가는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7월 한 달 동안 약 21%, SK하이닉스는 약 35% 하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평가손실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급등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두 종목 모두 여전히 전고점 대비 약 40%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8월 들어와서도 두 종목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을 더욱 키우는 중이다.
7월 반대매매 8700억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지됐다고는 하지만 상반기와 비교하면 힘은 크게 약해졌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는 개인 자금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5월 4조5869억원 ▲6월 5조6533억원 ▲7월 1조4166억원을 기록하면서 7월 들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개인들이 여전히 저가 매수에는 나서고 있지만 지수 상승에 대한 확신은 이전보다 크게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급락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신용거래융자와 은행 신용대출 등을 활용한 이른바 ‘빚투’ 투자자로 확인된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반대매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 누적 금액은 총 87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일 기준 하루 평균 415억원 규모의 주식이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초가에 강제 처분됐다. 특히 급락장이 이어졌던 지난달 30일 하루 동안 발생한 반대매매 금액만 1038억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도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담보 부족으로 강제 매도가 발생하면 주가가 추가 하락하고, 다시 다른 투자자의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새로운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구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신뢰 회복이 더 오래 걸린다”
해외에서도 이번 국내 증시 급락의 배경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한국 증시의 급등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난 5월 도입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지목했다. 또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과 증시의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무너진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주가가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 규모는 약 175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약 15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개인 자금이 이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급락으로 흔들린 개인 투자심리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가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공포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믿고 매수에 나섰다”며 “향후 증시가 반등하려면 기업 실적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장 안정과 정책적 신뢰가 함께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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