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과징금보다 무서운 공정위 조사…경영 불확실성 키워
공정한 경쟁 지키려면 공정위부터 공정해야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021년 6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그룹의 사내급식 부당지원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4개사가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을 보장했다며 총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2026년 4월 23일 해당 급식거래가 삼성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부당지원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취소했다. 공정위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 공정거래법의 출발도 다르지 않다. 1960~1970년대 정부의 지원 아래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집단이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부작용도 함께 키웠다.
1980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범한 배경이다.
공정위는 정부 조직 가운데 가장 친시장적이어야 하는 기관이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이지만,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공정당국이 아니라 경쟁당국이다. 공정을 일구는 방식은 결국 경쟁이라는 의미다.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이자 파수꾼이다.
공정위를 두려워해야 하는 곳은 담합으로 가격을 올리고, 우월적 지위로 거래 상대방을 압박하며, 경쟁자를 배제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의 칼날이 커지고 닿지 않는 곳이 없어지면서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과거의 악명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업들은 과징금보다 공정위 조사 자체가 더 두렵다고 말한다. 현장조사부터 자료 제출, 임직원 조사, 심의와 처분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과 경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조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주가와 평판은 흔들린다. 조사 대응과 법적 다툼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투자와 신규 사업 추진도 위축된다.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돼도 이미 투입한 비용과 놓친 사업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업들이 “세무조사보다 무섭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공정위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최근 ‘물가당국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생필품 담합 적발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들어 성과가 드러났지만 실제로는 담당 부서가 이전 정부 때부터 오랜 기간 공들여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 하명 조사는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의심을 거둘 수는 없다.
공정한 심판이 되려면 조사 대상과 범위, 자료 제출 기준, 예상 처리 일정 등 절차와 진행 상황을 가능한 한 명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조사 범위를 확대할 때도 그 필요성과 법적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법원에서 패소한 사건도 내부적으로 복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처분이 취소됐는지, 조사 과정과 법리 판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공정위 제재로 이미지와 신뢰에 타격을 입은 기업에는 처분 취소 사실이 시장에 충분히 알려질 수 있도록 명예를 회복할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
제재 사실은 대대적으로 알리고 취소 사실은 판결문에 묻힌다면 공정하지 않다.
공정위의 권위는 기업과 소비자가 그 판단을 예측하고, 절차를 신뢰하며,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바로 선다.
공정위가 현 정부 들어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4개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만 2조1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5년 전체 담합 과징금의 약 10배에 달한다.
“공정위는 공정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정위는 해명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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