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 국경을 넘다]②
350만명 작은 시장에…인터넷전문은행 강점 살린 승부수
MCS 손잡고 신용평가모델 수출…중앙아시아 교두보 노린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세 번째 글로벌 무대로 선택한 곳은 몽골이다. 인구 약 350만명의 작은 시장이지만 넓은 국토와 높은 모바일 보급률, 금융 접근성 개선 수요를 갖춘 국가다. 카카오뱅크는 단순한 지분투자를 넘어 한국에서 검증한 디지털 금융 기술과 포용금융 모델을 현지에 이식해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미개척지’ 몽골…인터넷은행에 더 유리한 시장
금융권에 따르면 몽골은 국내 금융사들의 본격적인 진출 사례가 드문 시장이다. 자원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와 경기 변동성, 작은 내수시장 등으로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중은행들도 법인이나 지점을 설립하기보다는 업무협약(MOU) 등 제한적인 협력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2023년 몽골 최대 상업은행인 칸은행(Khan Bank)과 디지털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하나금융도 지난 2012년 몽골 텐거(TenGer)금융그룹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현지 금융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와 디지털 금융 시스템 구축을 함께 추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가 몽골을 선택한 이유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몽골은 국토 면적은 넓지만 인구는 350만명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인구밀도를 보인다. 은행 영업점을 이용하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모바일 금융의 효용이 크다.
여기에 몽골 정부와 금융당국도 디지털 금융 인프라 확대에 적극적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디지털 금융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신용평가에 활용할 금융 이력이 충분하지 않아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CSS)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몽골은 디지털 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며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K-금융 기술력과 포용금융 노하우가 몽골의 디지털 금융 환경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몽골의 삼성’ MCS와 손잡고 CSS 수출…포용금융도 이식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몽골 최대 기업집단인 MCS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MCS그룹은 통신·금융·유통 등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해 현지에서는 ‘몽골의 삼성’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이번 협력은 몽골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양사는 MCS그룹 계열 디지털은행인 ‘M Bank’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와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품·서비스 기획과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자문, 중앙아시아 공동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현재 투자 조건을 담은 텀시트(Term Sheet)를 체결한 상태로, 올해 3분기 현지 실사를 거쳐 4분기 본계약을 체결하는 일정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한국에서 검증한 포용금융 모델을 수출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모델인 ‘카카오뱅크 스코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MCS그룹과 함께 몽골 환경에 최적화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국내 포용금융 경험을 몽골 시장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몽골 넘어 중앙아시아로…‘디지털 금융 수출’ 시험대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7월 대통령의 몽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윤 대표는 한·몽 비즈니스포럼에서 카카오뱅크가 지난 9년간 한국에서 모바일 금융 혁신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여온 경험을 소개하며, 이를 몽골과 함께 확장해 양국이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몽골이 한국 금융사들의 ‘미개척지’였던 만큼 성공 여부를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인 모바일 금융 기술과 사용자 중심 서비스, 대안신용평가모형 등이 현지 환경과 맞물릴 경우 새로운 해외 진출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몽골은 카카오뱅크에 단순한 신흥국 시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사는 몽골을 중앙아시아와 신북방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 거점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금융 모델을 현지에서 검증한 뒤 주변 국가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간다는 구상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몽골의 경우 단순한 기술 혁신, 금융 혁신을 넘어 카뱅이 증명해 온 포용금융의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 전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카카오뱅크는 해당 기술력과 건전성 관리 경험을 몽골 현지에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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