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이 더위에 패딩이요?" 8월부터 겨울 준비 나선 소비자, 000에 몰렸다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폭염이 이어지는 8월, 무신사에 때아닌 겨울 바람이 불고 있다. 반팔과 샌들이 한창인 시기지만 소비자들이 찾는 건 경량패딩이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한파를 경험한 데다 온라인에서 가을·겨울 신상품을 미리 확인하고 선점하려는 수요가 맞물리면서 패딩 쇼핑 시계가 한층 빨라진 모습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아웃도어 브랜드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무신사 랭킹을 선점하기 위해 신상품 출시를 앞당기고 단독 상품까지 내놓는 등 온라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무신사 내 ‘경량패딩’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증가했다. 아직 가을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경량패딩을 찾는 소비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브랜드별로 보면 분위기는 더 뜨겁다. 블랙야크가 지난 3일 출시한 ‘스톤마스터 라이트 다운자켓’은 무신사 ‘NEW 랭킹’ 1위에 올랐다. 출시 이후 상품 페이지 조회수는 6만회를 넘어섰고 누적 판매량은 1300개를 돌파했다. 한여름에 출시한 겨울 상품이 단숨에 플랫폼 신상품 순위 정상에 오른 것이다.
관심은 검색량에서도 드러났다. 같은 기간 무신사 스토어에서 ‘블랙야크 경량패딩’을 검색한 횟수는 지난해보다 100배 이상 급증했다. 무신사가 패션 특화 콘텐츠인 ‘무신사 큐레이터’ 등을 통해 신상품을 노출하면서 초기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블랙야크의 스톤마스터 라이트 다운자켓은 BCC(Blackyak Climbing Crew) 라인의 감각적인 디자인에 프리미엄 덕다운 충전재를 적용했다. 곡선 퀼팅 실루엣과 패커블 백팩 구성을 더해 가볍게 휴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인기 색상인 ‘클라우드 댄서’는 일부 사이즈가 일찍 품절됐다.
무신사를 둘러싼 아웃도어 브랜드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이나 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패션 플랫폼에서 얼마나 빨리 소비자의 눈에 띄느냐가 신상품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무신사 랭킹이 사실상 새로운 ‘매장 앞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브랜드들은 무신사 단독 상품을 기획하거나 출시 시점을 앞당기고, 플랫폼 전용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올해 패딩 시장의 키워드도 달라졌다. ‘두껍고 따뜻한 패딩’보다 ‘가볍고 자주 입는 패딩’에 무게가 실린다. 경량과 하이브리드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이유다. 노스페이스·네파·코오롱스포츠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관련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스토코리아가 전개하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달 31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에어플로우 경량 다운’을 선발매했다. 브랜드 모델 우즈가 착용한 실버 컬러 제품은 선발매 직후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에어플로우 경량 다운은 유러피안 덕다운을 충전재로 사용하고 10D 시어 소재를 적용해 가벼운 착용감을 강조한 제품이다. 블랙·브라운 등을 포함해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휠라는 오는 9월 중순 우즈와 함께 촬영한 정식 캠페인 화보도 공개할 예정이다.
패딩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곳은 무신사만이 아니다. 유통업계 전반에서 겨울 상품의 ‘역주행’이 나타나고 있다.
GS샵이 이달 진행한 역시즌 겨울 패션 행사의 겨울 의류 주문액은 지난해 같은 행사보다 375% 증가한 190억원을 기록했다. 코트 주문액은 629%, 다운 패딩 점퍼는 512% 늘었다.
SSG닷컴에서도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아웃도어 패딩 매출이 전년보다 94% 증가했다. 노스페이스·K2·디스커버리 등의 겨울 겉옷을 최대 6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한 결과다.
LF의 ‘히스 헤지스’ 역시 6~7월 역시즌 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480% 증가했다. 특히 경량 다운 재킷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역시즌 소비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철 지난 재고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직 날씨가 덥지만 신상품을 남보다 먼저 확보하려는 소비가 늘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해부터 협력사와 함께 FW 신상품을 미리 선보이는 방식으로 역시즌 전략을 확대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28일까지 FW 선출시 상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가 소비자의 ‘겨울 준비’를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이 닥친 뒤 패딩을 찾기보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원하는 제품을 확보하려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풀이다.
결국 올해 겨울 패딩 시장의 승부처는 겨울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한여름부터 시작된 검색과 랭킹 경쟁이 가을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무신사에서는 검색량과 판매량, 신상품 순위가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만큼 온라인에서 먼저 주목받는 브랜드가 실제 판매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겨울이 시작돼야 패딩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신상품을 미리 비교하고 인기 제품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며 “경량패딩은 간절기부터 활용할 수 있어 한여름부터 수요가 붙는 만큼 올해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겨울 경쟁도 8월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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