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사이 낀 트리니티항공티…SSC로 틈새 공략
- 선택적 서비스 제공에 항공·숙박 묶어 시너지
기존 하이브리드모델과 동일하다는 지적도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트리니티항공이 SSC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꽤 도발적이라는 평가다. 경쟁사들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사이 트리니티항공은 서비스 구조를 바꾸는 쪽을 택했다. FSC보다 저렴하고 LCC보다 나은 서비스를 앞세워 기존 양강 구도 사이를 파고들겠다는 계산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위에서 눌리고 아래서 찔리고
최근 트리니티항공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장거리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통합 대한항공이 버티고 있다. 단거리에서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진에어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더 커진 FSC가 누르고, 몸집을 불린 LCC가 압박하는 구조다.
통합 대한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장거리 노선과 항공기를 한데 묶을 수 있다. 연결 가능한 취항지도 넓어진다. 라운지와 마일리지, 기내 서비스 등 FSC의 서비스 경쟁력도 이미 갖췄다. 중·장거리 확대를 노리는 트리니티항공에는 부담스러운 상대다.
LCC 시장도 비슷하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합쳐지면 기단과 노선이 동시에 커진다. 흩어져 있던 슬롯과 운항망을 묶고, 항공기 운용과 정비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노릴 수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단거리 시장에서는 규모가 비용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그 사이에 끼어 있다. 대한항공과 같은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통합 진에어와 운임만 놓고 붙기도 쉽지 않다. SSC라는 별도의 사업 모델을 꺼냈지만 되려 FSC와 LCC 모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담도 있다. SSC를 안착시키는 동시에 중·장거리 노선 확대와 신규 기재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트리니티항공은 연말부터 A330neo를 순차적으로 들여오고 최근 운수권을 확보한 부다페스트 노선은 내년 취항을 준비 중이다. 서비스와 기재, 노선에 동시에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해법은 고객이 돈을 쓸 만한 서비스를 골라내는 것이다. 단거리에서는 합리적인 운임과 운항 효율성을 유지하고, 중·장거리에서는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린다. 인천국제공항에 프리미엄 체크인 카운터를 연 데 이어 라운지와 기내 엔터테인먼트(IFE), 기내 인터넷(IFC), 기내식 등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SC가 기존 하이브리드 항공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SSC는 LCC의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면서 승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하는 모델이다.
FSC처럼 서비스가 운임에 대부분 포함된 것도 아니고, 전통적인 LCC보다 좌석·수하물·기내식·우선탑승 등 서비스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중간형 모델로 볼 수 있다. 아직 트리니티항공 측이 어떤 SSC 서비스를 내놓을지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장거리에서는 FS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거리에서는 LCC의 효율성을 살리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이를 실제 서비스와 수익 구조에서 얼마나 차별화해 보여주느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SSC도 사실상 장거리에서는 FSC처럼 풀서비스를 지향하고 단거리에서는 LCC처럼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며 “기존 개념을 새로운 브랜드로 다시 정의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노트리니티그룹의 호텔·리조트 사업도 얹는다. 트리니티항공은 향후 항공과 숙박, 여행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소노는 파리 담데자르호텔과 뉴욕 33호텔, 워싱턴DC 노르망디호텔,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베트남 소노벨 하이퐁 등을 운영하고 있다. 괌에서는 망길라오와 탈로포포 골프장도 보유하고 있다.
접점은 이미 일부 노선에서 만들어져 있다. 대표적인 곳이 괌이다. 트리니티항공이 취항하는 괌에 소노가 골프장 두 곳을 보유하고 있어 항공권과 골프를 묶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베트남과 미국에도 활용 가능한 호텔 자산이 있다.
단순 항공권 판매를 넘어 여행 전 과정을 그룹 안에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소노의 서비스 가치를 하늘길로 연결하겠다”며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된 정체성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트리니티항공 노선망과 그룹의 해외 자산이 모두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숙박 자산을 항공 수요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노선과 호텔·리조트 거점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무구조도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부채는 1조8249억원, 자본은 413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415%까지 치솟았다. 2023년 745.0%, 2024년 1798.9%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항공기 49대를 모두 리스로 운용하면서 발생한 리스부채만 1조375억원에 달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3년 4152억원에서 2024년 2724억원, 지난해 171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7982억원에도 2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1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 변수는 남아 있다.
최대주주도 다시 지갑을 열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 11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했고, 트리니티항공은 8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룹이 지금까지 트리니티항공에 투입한 자금은 약 6800억원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6일 서울 강남구 소노펠리체 컨벤션에서 열린 '트리니티항공 브랜드 런칭 & 유니폼 런웨이 행사'에서 “현재로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노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운항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신규 기재 도입에 따른 연료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과 현금 창출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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